영화와연극

라디오스타

파랑새호 2006. 10. 18. 11:08

'타짜'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영화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라디오스타'는 지금까지 나온 한국의 어떤 영화보다도 '힘'이 있고, '단백함'이 있다. '라디오스타'에는 최근 한국영화에서 빠짐없이 등장했던 '조폭', '폭력'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에 '다방레지', '중국집배달부', 작은시골병원의 '간호사', 세탁소주인, 철물점주인, 꽃집 청년, 농협여직원, 농민, 실업자, 고스톱치는 할머니, 영월유일의 락밴드 '이스트리버', 방송에서 사고낸 피디,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한물간 스타와 매니저이다. 폭력장면은 아주 간결하게 처리된다. 그리고 영월주민들의 삶이, 생활이 영화의 전체를 차지한다. 이스트리버가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노래를 부를때 닭살이 돋았다. 전율을 느낄 정도이다. 그러면서 영월이 보여지고, 영월에서 시작한 그 노래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작은도시 영월의 라디오방송이 이제 전국을 찾아가고 있다는 이 상징은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왔던 도시위주의, 스타위주의, 영웅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자본과 자본을 둘러싼 돈벌이가 아니라 아둥바둥 사는 삶, 보잘것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삶, 그속에서 자신의 주위사람을 소중하게 대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한물간 스타와 매니저는 잘나가는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하고 누구나 지향하는 자본과의 결합을 거부한다. 우리는 그간 자본으로 부터 인정받기 위해 밤을 새며 노력하지 않았는가? 아울러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할 때 얼마나 많이 좌절했던가 ? '라디오스타'는 이 모든 관념을 거부하고, 다른 삶의 좌표를 제시한다. '라디오스타'를 보면서 흘리는 눈물은 슬프고 힘겨운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냥 아픔만으로 끝나지 않는 그런 눈물이다. 단지 눈물흘리는 것으로 해소가 되어 버린다기 보다는 희망을 담고, 뿌듯함이 있는 그런 눈물이다.  이런 눈물을 흘려본지 오래다.

 

역설적으로 비디오가 라디오스타를 죽였지만 인간의 삶, 우리의 생활은 라디오스타를 통해서 소생하고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점을 웅변하고 있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말했던 '오래된 미래'아닌가? 우리의 오랜 전통, 우리의 오랜 생활속에서 정답이 이미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너무도 익숙해서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안성기와 박중훈의 실감나는 연기, 정말이지 나는 안성기를 좋아하기로 결심했다. 저렇게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성기는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이다. 안성기의 사상, 안성기의 생활, 안성기의 인간관계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안성기는 배우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했고, 그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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