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부활(톨스토이)

파랑새호 2006. 11. 24. 18:27

 

  처음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은 것은 대학때였다. 글제목이나 글이 포함되어 있던 책 제목은 전혀 기억에 없는 백낙청 교수의 글속에서 부활이 언급되어 읽어보고 싶은 흥미가 생겼다. 백낙청 교수의 글은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예를 '부활'로 언급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부활은 주된 내용이'카튜사'와 '네흘류도프'라는 남녀간의 애정에 대한 것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당시 러시아의 사회상이 대단히 밀도있게 묘사되어있다. 백낙청교수는 문학의 의미, 역할을 바로 문학속에 나타난 사회상의 반영이라는 점으로 강조했다. 그렇지만 대학교때 부활을 읽고 난 후 나에게 우선 찾아든 감흥은 성서에 대한 톨스토이의 이해와 그를 반영하는 사람의 변화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20년도 훨씬 지난 시점에서 '부활'을 다시 읽어보았다. '부활'은 혁명전야의 러시아사회상을 너무나도 잘 반영하고 있다. 귀족, 사생아에서 창녀로 변질되는 여주인공, 농노와 다름없는 농민들, 지주들, 러시아의 법원, 고위관료들, 나로드니끄, 노동자 등 러시아의 모든 사람이 거의 빠짐없이 나타난다. 그리고 대학때는 기억에 없었던 '마르크스'와 '자본론'이라는 단어도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톨스토이도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알고 있었구나 생각을 했다. 나는 러시아혁명사를 공부한 적이 있지만 왜 러시아혁명사와 톨스토이의 부활을 연결시키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부활에는 대개 세종류의 사람이 나타난다. 귀족, 농민 등 밑바닥그룹, 정치범 등이다. 톨스토이는 아주 의도적으로 이들 세부류를 묘사한다. 귀족은 언제나 허영심과 기득권으로 꽉차 있는 쓰레기로 묘사하고 있다. 농민들은 찌들어 있는 삶, 찌든 삶으로 인하여 온갖 범죄와 불행에 노출되어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정치범들은 앞의 두 부류와는 다르지만, 그러나 다들 개인적인 고민과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 묘사가 된다.

 

  톨스토이가 묘사한 정치범도 대개 세부류이다. 농민출신 정치범, 노동자출신 정치범, 인텔리출신정치범이다. 농민출신 정치범인 '나바토프'에 대한 묘사를 보자. '나바토프'는 혁명을 건물 안의 사람배치를 바꾸는 것에 의해서, 토지를 농민에게 돌려주는 것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시스템은 그대로 놔두고 토지만 주면 된다는 식의 사고여서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마르켈 콘드라체프는 노동자 출신 정치범이다. 그는 공장에 입사한 여류혁명가를 통해 사회주의를 공부했으며, 파업을 주도했다. 자본론 제1권을 소중하게 여기고 공부했으며 여자들에 대해선 큰일을 방해하는 존재로 판단했다. 금욕생활이 몸에 익숙했고, “ 어렸을 때부터 힘든 노동에 익숙해서 근육이 발달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힘들이지 않고 재빠르게 어떤 육체노동이라도 척척 해낼 수가 있었다.”  인텔리출신의 정치범은 그라배츠가 있다. 시베리아 유형을 선고 받은 대학생출신으로서 시대의 유행에 따라 정부에 거역하는 행위를 했다고 묘사되어 있다. 톨스토이는 "그녀 생활의 주요한 관심거리는 남자의 인기를 끄는 일이었으므로 재판 때도, 옥중에서도, 유형 중에도 여전히 그것을 드러내고 있었다."고 쓰고 있다.

 

  고전은 시대가 흘러도 우리에게 많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톨스토이의 부활은 20대에 읽으면 20대의 가치로 무언가가 다가오고, 40대에 읽으면 40대의 가치로 무언가가 다가온다. 참으로 위대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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