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예수탄생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은 마태복음, 누가복음 두 곳이다. 오늘 자세히 읽어보니 마태복음에는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가 성령으로 잉태를 하고, 천사가 예수의 아버지 요셉의 꿈에 나타나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마태복음에서 예수탄생의 의미에 대해 기술한 내용은 이것뿐이다. 그리고 2장에서는 동방박사가 나타나고, 헤롯이 유대인의 왕이라는 말에 모든 아기들을 죽이려 할 때 천사의 도움으로 이집트에 피난 간다는 내용이 나온다. 결국 마태복음에서 예수탄생의 의미는 천사가 요셉의 꿈속에서 이야기한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것”이라는 의미가 전부이다. 이는 대단히 상징적이며, 구체적이지 않다.
반면 누가복음에는 예수탄생의 의미가 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천사는 누가복음에서도 나타나는데 이것도 마태복음처럼 요셉에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에게 나타나 예고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후에 천사는 또다시 요셉에게는 나타나지 않고 “양떼를 지키는 목동”들 앞에 나타난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소위 “마리아의 찬가”라는 노래를 통해서 예수탄생의 의미를 전달한다. 마리아의 찬가는 다음과 같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 입니다.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 주님은 거룩하신 분 주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대대로 자비를 베푸십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팔을 펼치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
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요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주님은 약속하신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의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습니다. 우리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대로 그 자비를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토록 베푸실 것입니다.
(공동번역 누가복음 1장 46절 - 55절)“
마리아 찬가의 핵심내용은 하느님의 아들을 갖게 되었으며, 하느님이 돌봐주신다는 천사의 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마리아 찬가는 형식이 하느님에 대한 고백이지만 마리아가 판단하는 하느님이며, 신앙고백이면서, 예수에 대한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예수는 마리아의 찬가에서 나타난 하느님의 행위, 의미를 세상에 베풀기 위해 오기 때문이다. 마리아 찬가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마음이 교만한 자들, 권세 있는 자들을 내친다는 것이다. 부유한 사람은 빈손이 된다. 반면 보잘것없는 이들, 배고픈 사람은 우대받는다. 따라서 마리아가 볼 때 예수탄생은 이와 같은 하느님의 전통이 세상에 구현되는 것이다.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닌가?
우리는 지금까지 마태복음의 예수탄생 의미만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마태복음의 예수탄생 의미는 대단히 추상적이다. 그러나 누가복음에서 마리아의 찬가로 나타난 예수의 탄생은 오늘 보잘 것 없는 사람과 배고픈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예수는 모든 인류를 ‘위해서’오신다기 보다는 어떤 사람은 내치기 위해서 오시는 것이며, 어떤 사람은 “높이고 배불리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예수 탄생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마태복음의 추상적 의미 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누가복음의 마리아 찬가에 주목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더 예수탄생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전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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