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고건은 우리의 대안인가?

파랑새호 2006. 12. 26. 14:08

 

 

 

 

 

 

  이명박, 박근혜의 여론지지를 앞서지는 못하지만 ‘고건’은 열린우리당 일부에서 한나라당과 맞설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에 주목받아 왔다. 그리고 몇일 전 노무현 대통령이 ‘고건’을 총리로 임명할 때 좌와 우를 모두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다시 고건이 화제로 부각되었다. 어차피 본격적인 대선경쟁이 시작했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이 고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논의하는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일반적인 고건에 대한 인상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정통관료로서 소위 ‘양지’만을 찾아온 사람이라는 점이 크다. 격동의 한국현대사에서 오직 상층부에서 보장된 자리에만 있었다는 점은 고건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임에 틀림없다. 독재정권 시절 대통령을 제외하고 민주적인 선거에 의하여 대통령을 선출하였을 때(즉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사람을 의미한다.)공통점을 꼽으라면 정치적 역정이 있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시련이나 악조건에서 정치를 해왔으며, 국민은 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고건은 이런 점에서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한나라 당에 강력한 대선후보가 둘씩이나 존재하고 있는 시점이라는 것에 우리의 고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나라 당에 정권을 맡길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후보도 없는 상태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고, 노무현 정부시절 총리를 지낸 경력, 특히 무난해 보이는 고건의 이미지 등에 힘입어 고건만이 한나라당과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특히나 민주당에 몸담고 있는 정치가들은 대단히 강하게 원하고 있고, 시민단체에서도 최열 등의 인사가 고건캠프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전라도 지역의 국민들에게는 고건의 지지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상도를 박근혜가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고정표를 확보한 후 출발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전제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인식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덧붙여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한명으로 결정되면 과연 다른 한명은 출마하지 않을 것인가? 의구심이 있고, 다른 한명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출마하게 되면 고건도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바램석인 전망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통령선거의 의미를 근원에서부터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 내년 대선의 가장 큰 의미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는 것에 있는가? 이같은 의미는 한나라당이 계속 집권했다면 어떤 다른 의미보다도 우선 채택해야 할 기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집권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동안 독재정권에 시달려온 지난 과거를 되새기며 비교적 비보수적인 인사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더 이상 한나라 당이 독재정권의 후신이고, 상당수의 인사들이 독재정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일지라도 현재의 한나라 당 자체를 독재정권을 도모하는 정당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경제가 너무도 어려운 현 상황에서 경제개발에 대한 추억이 되살아나고,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는 국민들에게 큰 설득력이 없다.

 

  내년 대통령선거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경제를 살려야 하는 것일까? 나날이 양극화가 심화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누가 어떻게 경제를 살릴수 있을까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경제를 특별히 더 악화시켰느냐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견해라고 치부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한국경제는 그동안 보수언론에서 누누이 강조해 왔던 수출, 외환보유고 등에서 전혀 침체되지 않았다. 수출 잘 되는 것은 노무현 때문이 아니라 기업이 잘해서 된 것이라고 누가 주장한다면 나는 노무현 정부가 범한 결정적인 잘못이 수출영역을 손대지 않고 그냥 놔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지금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우리나라 경제가 더 이상 수출만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상황을 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주류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내수’는 점점 더 수출과 무관하게 돌아가고 있다. 결국 내년 대선의 초점은 ‘경제’가 아니라 ‘내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불행히도 그 과정이 어떻든 ‘내수’ 문제에 약간이나마 초점을 맞추고 있는 후보는 모두 한나라 당이라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아예 후보가 없고, 고건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별로 없다.(정확한 표현은 ‘언급한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억이 안난다’이다. 이것은 고건의 큰 한계이다. 필자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기억할 정도의 이슈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 수출부문의 돈이 국내에서 풀리면 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무엇인가? 대기업은 모두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 대기업만 비정규직 없애고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아마 우리나라 경제에 큰 활력이 될 것이다. 수출 잘 하는 대기업과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의 적정이윤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대기업과 관련 맺고 하청 중소기업 운영하는 사람 이야기 들어봐라. 대기업에서 후려치는 데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한다. 대기업은 죽지 않을 만큼, 최소 필요한 생존조건만 남겨두고 후려치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의 심정은 아마도 다음과 같을 것이다. “ 어차피 먹고살아야 한다면 성장위주의 정책을 펴더라도 지금 보다는 나을 것이다. 차라리 지금은 한나라당 밀어주고 나중에 좋은 사람 나오면 그때 가서 좋은 사람 밀어주자.” 그러나 사람들의 심정이 어떻든 나는 한나라당을 찍는 행위는 이미 검증된 역사에 검증된 실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행위라고 단언한다. 한나라당은 아직 그 실체를 충분하게 바꾸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이외의 후보 진영에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고건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막판까지 사람을 기다려봐야 한다. 사람을 기다리되 내수를 어떻게 회생시킬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춘 사람을 기다려 보자. 분명한 것은 고건은 우리의 대안이 아니었으며, 그가 노력했는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우리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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