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영화-즐거운인생

파랑새호 2007. 9. 18. 12:43

 

 

아마도 영화 [즐거운 인생]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자.”에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니 오히려 나 같은 경우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늘 헷갈린다. 어떨 때는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은 참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한다. 항상 영화나 소설 같은 곳에서는 하고 싶은 일은 대개 예술이나 문화 쪽 영역이고, 하고 싶지 않은 일, 즐겁지 않은 일은 ‘직장일’이다. 나는 이런 설정이 너무나 식상하고 은근히 짜증도 난다. 왜 사는 일은 즐겁지 않은가? 먹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은 왜 즐겁지 않은 가? 도대체가 이세상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은 전혀 즐겁지 않다는 기본전제에 모두 찬성하고 있는 것 같다.

 

먹고 사는 일이 쉽고 즐거운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해한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 인간의 아름다움은 힘들고 어려운 영역 속에서 긍정을 찾아내는 점에 있다. 오늘 엄청나게 힘들 다해도 내일에 대해 낙천적일 수 있다. 이유는 많다. 노래가사처럼 “새파랗게 젊기 때문”일수도 있고, “더 이상 나빠 질수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람은 상황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능력이 있다. 동료눈치보고, 상사눈치보고, 더군다나 요즘은 아랫사람 눈치 보는 회사생활, 눈칫밥으로 “가늘고 길게” 버텨온 회사생활은 사실 겉으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회사라도 다니는 사람은 낫다.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실업자 신세이거나 가족 때문에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은 사실 정신적인 여유마저도 없다. 사람들과 함께 사회생활이랍시고 하다보면 물론 “저 새끼가 나를 밟으려고 하네.”라는 생각도 한다. “왜 나만 손해보고 살까?”라는 생각도 한다. 경영이나 처세술에 대한 책은 끊임없이 ‘성과’와 ‘프로정신’을 요구한다. 이렇게 저렇게 스트레스 받고, 고민하면서 차곡차곡 시간이 흐르고, 서로가 부대끼는 상황이 지속된다. 그러다가 어느덧 우리는 비슷한 우리를 발견한다. “저 사람도 나랑 비슷하구나.”, 혹은 “저 사람도 나처럼 힘들구나.”, “저 사람도 저럴 때가 있네.” 등등

 

영화 [즐거운 인생]은 재미있고 주제도 좋지만, 어쨋든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화의 주제를 일관되게 밀고 갔다면 영화 마지막의 사람들이 꽉 들어찬 공연장 같은 설정은 나타날 수가 없다. 내가 좋아서, 우리가 좋아서,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관객은 얼마 없더라도 가족들을 모아놓고 공연을 하는 장면이면 더 좋지 않았을 까 생각한다. 그리고 제발 앞으로 이런 스토리의 영화를 만들 때는, 꼭 백수나 실업자를 주인공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하고 싶은 일이 문화나 예술 쪽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대기업이 아닌 조그만 직장에서 일을 힘들게 하더라도, 출세나 능력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삶의 아름다움은 늘 충만하게 살아있다는 그런 내용이면 좋겠다.

 

이렇게 불평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땅에서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인생]이 한번 볼 만한 영화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