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중산층의 몰락, 기생경제의 번영 -1

파랑새호 2007. 1. 15. 10:49

  우리 사회가 양극화 되었다는 말을 자주 접한다. ‘양극화’는 무엇인가? 상위 소득계층과 하위 소득계층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가운데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중산층은 어떤가? 양극화는 바로 중간층이 없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록 미국의 실정을 다룬 것이지만 다음의 책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 실제 중산층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맞벌이의 함정,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대책],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지음, 주익종 옮김, 필맥출판사, 2004년

 

  미국 사회의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몰락하고 있다. 지은이는 현재 미국사회의 경우 “다운사이징, 아웃소싱, 구조조정이 시대의 화두가 됐고, 감원, 조기퇴직, 해고가 일상사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혼도 증가했다.” 그 결과는 “전통적인 안전망을 상실”하게 되어 예기치 못한 사고나 자녀문제 등으로 비용이 증가할 때에 대비한 대책이 전혀 없다. 특히 1970년대와 비교할 때 미국가정은 ‘맞벌이부부’가 증가했고, 불변가격 기준으로 75%나 더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즉 1981년 파산자의 수는(특히 여성) 7만명에 불과했으나, 1999년에 이르면 그 숫자는 50만명이 된다. 2010년이 되면 파산하는 가구수가 500만가구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돈은 더 벌고 있으나 부채는 더 늘어나는 경우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저자는 중산층 중에서도 특히 “대학을 졸업했고, 때로는 집을 갖고 있으며, 자녀가 있는 가정”이 파산의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자신이 일정한 금액을 벌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나머지 주택구입을 위한 모기지 대출을 실행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산층이 몰락하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주택구입이다. 중산층 가정에서 주택구입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문제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 가정의 경우 공립학교가 있는 시내지역의 범죄발생은 사립학교가 있는 교외지역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자녀를 위해서 반드시 교외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로 인하여 교외지역 주택 값이 많이 증가했다. “자녀를 사랑하는 수백만 부모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비용이 얼마나 들건 간에 안전한 지역의 수준 높은 지역구로 이사하는 것”. 그리하여 중산층 가정 대부분은 모기지를 활용하여 교외의 주택을 구입하는 데 비록 모기지 대금 지출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1980년 이후 “모기지 대출업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 “그 결과 평균적인 가정은 소득에 비해 큰 모기지 대출을 제공해 주겠다는 은행원을 많이 만날 수 있게”되었으며, “경쟁이 가열됨에 따라, 가정들은 단지 뒤처지지 않고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기 위해 점점 더 큰 금액의 모기지 대출을 받았다.” 많은 중산층 가정은 가계소득에서 점점 더 많은 비용을 주택에 지출하며, “매월 모기지 비용은 69% 껑충 뛰었다.”

 

 두 번째 예기치 않은 질병이다. 특히 미국사회의 경우 건강보험제도가 민간의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 자체도 엄청나게 비싸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실제 질병이 닥쳤을 경우에는 보험으로 지급되지 않는 항목이 많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심장병에 걸린 ‘자말 뒤프리’가정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자말 뒤프리는 ‘보험 미적용 및 공제항목’으로 심장수술 이후 발생한 어깨근육 손상에 대해서는 아예 병원을 가지 않았다. 그리고 심장수술 받는 동안 회사에 다닐수가 없었기 때문에 밀려드는 여러 청구서를 모두 갚을 수 없었다. 자말 뒤프리는 일단 집을 지키기 위해 모기지 청구대금을 우선적으로 변제했다. 그러나 “요금을 못내 가스가 두 번 끊겼고, 전화는 한달 끊겼다.” 대학 학자금으로 저축해 놓았던 돈을 쓰고, 노후자금도 다 썼으며, 1년 이상 외식을 하지 않았다. 세븐일레븐에서 야간근무로 소위 ‘투잡’을 하고, 부인은 초과근무를 일상화하고, 장남은 주말 피자배달을 한 덕분에 현재 몇천 달러의 신용카드 채무가 남아 있지만 대단히 운좋게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세 번째 증가하는 교육비용이다. 대학등록금의 천문학적인 인상과 질이 높은 사립교육기관의 엄청난 비용으로 중산층 가정은 점점 더 많은 빚을 지게 되고, 이는 몰락의 주요원인이다.

 

 네 번째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고가화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이다. 미국사회에서 자동차는 거의 필수적인 바, 예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던 각종 편의장치가 추가되면서 차량가격이 증가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랫동안 차를 타고 가전제품을 더 오랫동안 사용하지만 평균적인 수준을 요구하는 것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산층 가정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지침을 주고 있다. 만일 파산하기 전이라면 다음의 3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① 당신의 가정은 부부 한쪽 소득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가?

   ②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③ 비상대책은 세워놓았는가?

 

  만일 이미 파산했다면 다음의 지침이 중요하다.

   ① 서로 탓하지 말라.

   ② 소중한 것을 지켜라.(주택이면 주택, 혹은 기타 판단했을 때 가장 중요한 자산)

   ③ 전략적으로 행동하라.

   ④ 빚을 다 못 갚았다고 죄책감을 갖지 말라

 

  그리고 최종적으로 “절대 아이를 갖지 말라”고 당부한다. 저자에 의하면 “자녀를 갖지 않기로 결정하면 파산할 확률은 66%나 줄일 수 있다.” “개별 가족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말하면 아이는 품질보증서 없는 고가의 소비품목과 같다.” 저자는 “2003년에 미국가정에서 파산한 가정의 아동 수는 16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불안정한 가정에서 파산의 여파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만나본 대부분의 파산가정은 “열심히 일했고, 규칙대로 행동했으며, 그럼에도 재정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선택을 해서 대학에 갔고, 집을 샀고, 부부가 모두 직장에 나갔다. 그럼에도 그들은 풀려나기 어려운 함정에 빠졌고, 결국은 가정의 재정파탄”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소위 ‘과소비’로 인하여 가정이 파산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격렬하게 비난한다. 이들은 실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은 약간의 특수성은 있으나 ‘본질’적인 면에서 미국사회와 흡사하다. 구체적으로 한국사회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중산층이 몰락하는지 실제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 미국 의회는 파산조사위원회를 만들고 파산조사위원회는 1,100쪽에 걸친 보고서를 제출했다. 한국국회에서 이와같은 위원회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필자의 역량부족은 한국사회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필자는 다음 기회에 언론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 중산층 몰락배경의 추세만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