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중산층의 몰락, 기생경제의 번영 -2

파랑새호 2007. 1. 15. 16:04

(‘중산층의 몰락, 기생경제의 번영 -1’에서 문장이 엉망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보신 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직장생활하면서 바쁘게 쓰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졌네요.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

 

[Shortchanged, Life and debt in the fringe economy], Howard Karger 지음, Berret-Koheler 출판사, 2005년. (이 책의 한국어 번역본은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우리에게도 들어맞기 때문에 ‘영어책’이라는 실례를 무릅쓰고 소개할 까 합니다.)

 

  ‘Fringe Economy'는 어떤 영역을 가리키는가?  저자에 의하면 ’Fringe‘ 경제는 “금융기관의 평균 금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은 금리(책에서는 ‘predatory lending' 즉 약탈적 대출이라고 표현함)가 발생하는 영역”을 지칭한다. 주로 “빈곤계층이나 재정곤란을 겪고 있는 중산층이 이용하는 금융영역”이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Prime - loan'과 ‘Subprime - loan'이 있는 데, ’Fringe'경제는 주로 ‘Subprime - loan'이 적용된다. 즉 ’Fringe'경제는 “평균(Prime-loan, 우대)금리가 적용되지 않는 사실상의 모든 영역”이다.  ‘Fringe'경제는 전통적으로 ’전당포‘(pawnshop)가 있었으며, 최근에는 'check casher'(어음이나 당좌수표 등의 할인업자), ‘payday lender’(결제 대금 대납 업자), ‘rent - to - own - stores’(점포에 필요한 설비 대출업자) 등이 있고, 모기지 비우대금리 대출, 자동차 담보 대출,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신용카드‘도 ’Fringe'경제영역에 포함할 수 있다. 저자에 의하면 맥도날드, 버거킹, 타겟, 월마트 등 미국의 유명한 체인점의 모든 점포수는 29,000개라고 한다. 반면 ‘Fringe' 경제 중 'check casher'와 'payday lender' 두가지 영역의 점포 수만 합쳐도 33,000개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간혹 은행지점이 없을 수는 있어도 check casher 지점이 없을 수는 없다고 할 정도로 일상화 되어있다. 결국 ‘Fringe'경제는 그 옛날 고리대금업자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대부업체가 번성하는 영역이다. 한마디로 ’기생경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Fringe'경제가 활성화 된 이유가 무엇인가? 저자는 대개 세 가지로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우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중간계층의 노동자 급여를 확인한다. 저자에 의하면 “1980년대로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러 미국 중간계층 남성노동자의 보수는 9.1% 하락”했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5%가 올라 결국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중간계층 여성노동자의 보수는 “1979년부터 1989년까지 5.7% 인상”되었지만 “의료비, 의약품비, 주거비, 교육비 등의 증가로 인하여 인상효과가 전혀 없었다.” 특히 가난한 노동자(working poor)는 1997년 이후 “최저임금의 동결”로 더욱 어려워졌다. 미국의 경제정책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인 가장 2인 아동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시간당 14달러”이다. 실제 미국정부가 책정한 “최저임금은 5.15달러로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 노동자의 60%가 시간당 14달러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고, 비숙련 노동자의 대부분이 시간당 7달러”를 받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Fringe'경제는 특히 1997년 소위 ’복지개혁‘이후 급격히 빈곤층이 증가하면서 번성했다. ’Personal Responsibility and Work Opportunity Reconciliation Act(의미대로 번역해보면, ‘개인의 책임과 취업기회를 일치시키기 위한 법령’입니다‘ - 이것은 5년간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취업기회를 제공하여 궁극적으로는 자립하게 하고 복지혜택을 축소하여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만든 법령입니다)  이 법령 통과이후 복지혜택을 받는 건수는 전국적으로 47%가 감소했다. 저자에 의하면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 “1,400만 명에서 500만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무려 900만명이 취업을 했다는 이유로 복지혜택이 중단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취업은 대부분 저임금 노동에 불과하여 ‘Fringe'경제가 활성화되는 근거가 되었다.” 복지혜택 축소로 납세자들의 세금액은 줄어들었으나 빈곤노동가구는 상황이 전혀 개선이 안 되었기 때문에 “복지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납세자‘가 되었다.”

 

  두 번째는 이민자의 확산에 있다. 미국의 이민자수는 대개 3,31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민자들은 90년대까지는 주요 대도시에 국한되어 거주했으나 현재는 광범위한 분산이 특징이다. 이민 노동자들의 특징은 저학력, 불루칼라, 비숙련 등에 있다. 저자에 의하면 2000년과 2002년 사이 330만명의 불법이민이 있었다. 그중 멕시코 계가 57%, 라틴 아메리카 계가 23%를 차지한다. 저자에 의하면 1996년의 복지개혁은 합법이든 비합법이든 모든 이민자에게 고통을 안겨준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은행계좌의 미 설립,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삶의 조건으로부터 이들은 ‘Fringe'경제에 편입된다.

 

  세 번째는 인터넷의 확산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은 'Fringe' 경제를 위해 아주 유용하다. 'Fringe' 경제에서 영업하고 있는 상당수의 업체가 역외(offshore)에서 기능하고 있다. 인터넷 대부업자들은 대부분 이메일 주소만 알려주고 전화번호나 사무실주소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로 인하여 취소하는 데 애를 먹는다. 이자 상한선도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매출이 많다는 'check casher'업체의 홈페이지. 저자는 대표적인 '약탈금융업체'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Fringe'경제가 빈곤대중에게만 확산된 것은 아니다. 저자는 미국사회 중산층의 개념을 “미국 정부 인구조사기관(us census bureau) 소득 분포 테이블에서 가장 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년간소득 25,000-75,00달러에 해당하는 계층”으로 정의한다. 다음의 사례는 중산층이 어떻게 빈곤대중으로 하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례 Jon과 Miriam - Miriam은 그의 딸 Ari 가 태어나자 육아를 위해 사직함. 그녀는 년간 21,000달러를 벌었다. Jon은 년간 85,000달러를 받는 보험회사 전산 네트웍 관리자였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그의 업무가 해외로 아웃소싱되는 바람에 사직함. 이후 7개월 동안 존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었다. 새로 얻은 일자리는 년봉 50,000달러. 그는 41%의 연봉이 삭감된 셈이다. 실업자 생활과 그 이후 줄어든 연봉으로 인하여 Jon과 Miriam은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생활했다. 그들은 35,000달러의 부채를 안게 되었다. Miriam은 다시 취직해야 했지만 예전에 Jon 혼자서 벌던 것보다 적었다. 또한 신용카드 부채가 많아지자, 살고 있던 집을 다시 저당대출을 받게 되어 이자가 늘었다.(소위 모기지 Refinancing) 그리하여 Jon과 Miriam은 기능적으로는 가난한 중산층에 편입되었다.

 

  즉 중산층의 몰락은 앞서 소개한 바 있는 [맞벌이의 함정]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구조조정이나 해고 등에 의한 모기지 Refinancing과 신용카드 사용에 있다. 저자는 특히 신용카드 회사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신용카드로 인한 부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미국가정의 대부분은 년간 1,100달러를 단지 신용카드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 저자는 신용카드 업체의 영업활동을 정밀하게 분석하면서 사실상 이들이 미국가정의 재정파탄을 초래한 근본원인으로 까지 취급한다. 대부분의 중산층은 모자라는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이용하지만, 이용횟수가 반복되다보면 어느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쓸데없는 곳에 지출하는 것도 아니다. 지출경비의 대부분은 '고정비용'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회사에 의한 이자와 수수료 부담은 결국 미국의 중산층이 'Fringe'경제로 내몰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된다.   

 

  저자에 의하면 미국의 2004년 연방부채는 7.5조달러로서, 1997년에 비하여 2.1조 달러가 늘었다. 1인당 23,000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셈이며, 이는 “미국 가정의 가구당 소득의 약 50%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소비자신용에 의한 부채(할부 등)는 가구당 약 19,000달러. 9조 달러의 모기지론보다 많다. 소비자신용은 4년 새 40%가 늘었다. 모기지론의 대부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중간소득 계층은 소득의 40%를 부채이자, 부채상환 등에 지불한다.

 

  미국의 맞벌이 가정은 가장이 혼자 부양하던 한 세대 전보다 75%를 더 벌어들이지만 매월 반드시 지출해야만 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난 후 손에 쥐게 되는 금액은 훨씬 줄어들었다. 주로 여성이 벌어들이는 소득은('second income'으로 표현함) 생필품 구입에 거의 대부분이 지출된다. 생필품 가격은 전 세대에 비교하여 월 340달러에서 월 1,100달러로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맞벌이 부부의 추가소득은 그 효과가 적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남성의 임금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부채증가는 미국 가정의 저축율 하락으로도 나타난다. 저자에 의하면 “1980년도의 경우 가처분소득 중 10%를 저축했으나, 2004년의 경우 1%가 안된다.”

 

    이상 미국 가정에서 부채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자산담보 대출, 신용카드 대출, 소비자신용에 의한 부채 등임을 알 수 있다.  이외 부채증가의 중요한 원인중의 하나로서 생필품 가격의 대폭인상이 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미국 가정의 생필품 지출은 소득의 50%에 미달했지만, 지금은 거의 75%를 넘어서고 있다. “고정 지출에 거의 모든 수입을 지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로 인하여 파산이 증가했다. 2002년에 100가구당 1.4가구가 파산했다. 이같은 수치는 “매 15초마다 누군가 파산”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1980년과 비교하여 4배가 증가했다. 2003년 파산한 가구주 합계는 150만명이었는데, 1975년의 4배에 달한다. 이런 연유로 중산층은 “아직 본격적으로 ‘Fringe 경제'에 편입되지 않고 있다 해도, 전면적인 편입은 시간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