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문국현(유한킴벌리 사장)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파랑새호 2007. 3. 12. 12:41

  한나라당 이명박의 지지율이 약간 주춤거리기는 하나 아직 강세이며,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명박이 선두를 차지하는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대체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첫째, 올해의 대선은 ‘경제’가 화두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역이며, 경영능력이 있다. 둘째, 이명박은 검증이 된 바 있다. 서울시 운영을 통해 청계천복원을 성공리에 완수했고, 대중교통 문제 등에 대해 초기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여 성공했다는 점이다. 셋째, 여권 내에 특별한 대항마가 없으며, 여당 특히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바닥이다. 일부 사람들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김유찬의 문제 등도 크게 신경쓸 것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한 향후 이명박의 검증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돈’문제 외에는 거의 없을 것이며, 이 또한 70년대와 80년대에 기업을 운영해본 사람이 어느 정도의 ‘돈’문제가 없는 게 이상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소위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나?”라는 것이다. 이명박에게 ‘돈’문제는 별거 아니라는 점이 대세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그중에서도 박근혜와 이명박의 경쟁은 현재의 기준에서 판단하자면 이명박 필승, 박근혜 필패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외에는 별로 부각되는 바가 없다. 특히 본인이 이명박 네거티브 공세를 부인하고 있지만 정인봉 변호사가 박근혜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나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 등은 아무래도 높은 점수를 얻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이대로 진행된다면 박근혜는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후보 진영이 이렇게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과는 달리 비 한나라당 진영에서는 후보가 달리 부각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 열린 우리당 일부 국회의원의 탈당으로 촉발된 ‘반한나라당 헤쳐모여’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은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 외에는 얻은 것이 없다. 물론 분당의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벗어날 수 없겠지만,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어서는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만이 자기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 탈당모임,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동당 등에서는 아직 뚜렷한 인물이 부각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자기역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의 대선이 경제문제가 화두로 된다는 점에서 부각되고 있는 사람이 정운찬이다. 정운찬은 경제학 교수로서의 이미지와 서울대 총장을 경험한 것이 사실상 전부이지만, 지속적으로 대안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번도 정치지형에서 검증받지 않았다는 점, 과연 한국사회에서 교수생활을 오래 한 사람이 문제가 없겠냐는 점 등에 대해 사람들은 반신반의 하고 있다. 또한 본인이 정치활동을 하는 중에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기 보다는 정치권에서의 ‘짝사랑’으로 인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다. 정운찬의 현재 이미지는 참신하다는 점에 있는 데 그 외에 실상 대두되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점도 마이너스이다. 대중에게 정운찬은 사실상 미지의 인물이다.

 

  반면 소위 미래구상이라는 재야모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문국현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국현은 유한킴벌리에서 노동조합 파업 등 위기가 닥쳤을 때 아직 우리나라의 어떤 회사에서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4조3교대를 시행하여 직원들에 대한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한 인재육성에 주력했던 사람이다. 유한킴벌리의 경영교육이나 인재육성에 대해선 이미 관련 분야에서는 인정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는 아이엠에프나 우리나라 경제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특히 최근 숲가꾸기 등의 활동으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앞장서 온 바 있다. 이런 차원에서 문국현은 기업가로서 이미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공익경영’의 선두주자라고 해야 할 판이다.

 

  문국현이 가입한 미래구상은 대표주자가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로 알려져 있다. 문국현과 최열은 “그 관계가 거의 동지적 수준”이라고 까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미래구상은 ‘반한나라당, 비노무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 현재 재야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참여한 대선용 시민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문국현은 이미 정치활동을 시작한 사람이다. 최열은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며, 이외 정대화의 경우는 정치활동을 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논객의 한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문국현 주변에는 어쨌든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다. 즉 문국현은 현재 어느정도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 주위에 정치활동을 위한 여건이 충분하다는 점, 본인 스스로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이 정운찬과 비교하여 볼 때 상당한 강점으로 갖고 있다.

 

  문국현은 한나라당 이명박의 ‘성장위주의 경영능력’ 이미지와 직접 부딪혔을 때 결정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공익경영’의 이미지 그 자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문제가 사실은 양극화 문제이며,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갖고 온 승자독식의 문제, 무한경쟁의 미명하에 약자가 소외되고 오직 이윤과 자본의 논리만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진정한 기업의 역할을 논의해야 하는 이런 상황과 너무나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리하여 함께 잘 사는 사회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문국현의 경우 양극화 해소가 진정한 우리의 과제라는 점이 부각될 수 있고 실제 이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그런 이미지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많은 성장을 달성했다. 사상 최고의 수출기록, 사상 최고의 외환보유고 등 종래의 관점에서 보자면 경제문제와 관련하여 잘 못한 것이 어떤 것인가 눈을 씻고 봐야 할 정도이다. 노무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논리에 충실했고, 양극화가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가 ‘노무현의 배신’이라고 까지 주장하기는 어렵다. 노무현은 일관된 자세를 고수해왔으며, 최근 까지 헌법개정 문제 등도 우리사회에 필요한 내용이라는 점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아파트가격 하락 문제는 아파트를 한 채라도 소유하고 있는 많은 월급쟁이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집 없는 사람이 더 많다.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어설프게 시도하여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종결되는 것에 있다. 노무현 정부의 기존의 관행과 아파트 가격 문제는 잘 맞지 않는 점이다. 이외 복지제도의 개선 등도 여러 난관에 부딪혀 있다. 노무현 정부의 한계는 여기까지 이다. 이 수준을 넘어서기 위해선 다른 대통령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기존 정치인에 대해 식상해하고 먹고살기 어렵다는 생각 속에 무언가 경제분야의 전문가가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열망도 현실로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인물이 아니면서 경제능력을 보유한 사람’을 대안으로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문국현은 그가 갖고 있는 특성과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일부 인텔리들의 입에서 입으로 ‘대안 가능성’이 점쳐 지고 있다. 비록 문국현 자신은 “아직은 기업에서 할일이 더 많다”고 발언했다지만, 이후의 상황을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향후 문국현의 행보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문국현과 이명박, 두사람은 과연 대선에서 경쟁자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