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07년3월26일)자 한겨레신문에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는 ‘안철수’의 인터뷰가 실렸다. 안철수는 한국경제의 위기에 대해 “대기업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비롯된 중소기업의 위기”라고 규정하였다. 즉 중소기업을 후려치는 대기업의 횡포가 진짜 한국경제의 위기라는 것이다. 일단 중소기업에 초점을 두고 한국경제의 위기를 언급했다는 측면에서 그의 인식은 일면 타당하다. 수출위주의 대기업중심 경제구조는 아무리 수출이 늘어도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구성원들, 특히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의 모든 영역은 대기업과 연관되어 있다. 대기업이 관련되어 있는 곳에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빌붙어 살고 있다. 대기업과 관련 없는데 자생성을 갖고 나름대로 버티고 있는 분야는 딱 두 분야밖에 없다. 우선 국영분야이다. 공무원들, 국영기업체, 각종 대학병원 등이 그것이다. 그 외 대기업과 관련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민간차원에서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유감스럽게도 ‘성산업’외엔 없다. 안철수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갖는 문제점 중 일부를 올바르게 지적하였다.
다만 안철수는 한국경제 살리기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가 정신’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가 정신이란 일정한 위험을 감수하고 비전과 혁신 등의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개척하여 운영하는 것을 지칭한다. 자본주의는 기업의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사회라고 판단했을 때 기업가정신에 대한 강조는 일면 타당해 보인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결국 금융자본 중심의 경제체제이며, 단기업적 만능주의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판단할 때, 기업가정신에 대한 강조는 신선하기 까지 하다. 기업가 정신은 단기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더라도 장기적인 전망 속에서 위험과 각종 어려움을 극복해간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대기업위주의 경제구조가 한국경제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요인으로 지적한 사람의 입에서 ‘기업가정신’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무언가 생뚱맞다. 안철수는 기업가정신 외에 여러 가지 할 이야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말을 아끼고 그냥 ‘기업가정신’으로 두루뭉술 넘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분이 바로 V3라는 유명한 백신프로그램을 만드신 안철수이다)
특히 기업가정신을 언급할 때 유념해야 할 점은 바로 '다분히 추상적인 표현'이라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예를들어 2007년 1월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영인들은 기업가 정신이 위축된 근본적인 이유가 ‘반 기업정서’ 때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반 기업정서를 갖게 된 것은 역사적 배경과 구체적인 기업행태에 의한 것이다. 말하자면 국민들은 대기업들의 권력유착, 부정부패,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때문에 반 기업정서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업들의 모습은 ‘기업가정신의 부족’에 의한 것이라고 누가 주장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경영능력이나 혁신,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권력이나 대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운영하려 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업가정신 부족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반 기업정서가 발생했는데, 기업의 경영자들은 오히려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로 기업가정신이 위축되었다고 주장하니, 본말이 전도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많은 경영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대기업위주의 신자유주의 체제가 정착된 한국의 상황에서 기업가정신을 갖지 않고 기업운영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 척박한 환경에서 일단 중소기업을 운영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 대해선 격려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이 한국경제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오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기업가정신이 아니다. 수출위주의 경제구조,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가 혁신되어야 한다. 신자유주의라는 체제 자체가 무너져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어쨌든 ‘기업가들’의 정신이다. 이 땅의 수많은 노동자나 서민들이 기업가들의 정신에 의해서 생활향상이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현실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정신과 서민 대다수의 정신을 풍부하게 하고 그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떠한 기업가정신도 살아날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의 토대는 노동자를 비롯한 이 땅의 서민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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