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이건희)

파랑새호 2007. 3. 28. 00:43

  참으로 지당하신 말씀이다. 기존의 관행에 익숙해 있으면서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이나 개인은 시대에 낙후될 수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건희 회장이 이렇게 표현한 시기는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93년이다. 그 이후 무려 14년이 흘렀다. 이건희 회장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필자는 특히나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분들의 주장이 대중들의 공감을 얻고 힘을 받기 위해서는 ‘솔선수범’의 자세가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이건희 회장의 의견에 공감하는 차원에서, 우리사회에 이건희 회장의 주장을 신속히 확산시키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우선 솔선수범하여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간곡히 주장하는 바이다.

 

 

 

(삼성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건희 회장 소개 내용의 머리부분에 있는 내용이다.)

 

 

  우선 삼성은 ‘무 노조 경영’지침을 바꿔야 할 것이다. 세계일류, 그것도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무 노조 경영’을 고수하는 것 자체가 이건희 회장의 뜻에 어긋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노조설립을 허용하고 노조와 경영문제나 기술개발, 이건희 회장이 좋아하는 ‘혁신’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면 삼성은 세계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기술개발과 혁신은 현장 노동자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은 경영의 기본에 속한다.

 

  둘째,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를 중단해야 한다. 내가 아는 삼성전자 LCD 텔레비전 조립라인에 참여하는 어떤 중소기업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후려치는 납품단가로 인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후려치는 납품단가의 적정성이나 근거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이, 아주 점잖게 “납품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고 판단하면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얼버무리는 삼성의 태도는 세계초일류 기업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셋째, 직원들 혹사 그만 좀 시켜야 한다. 속사정 모르는 사람은 삼성이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월급제일 많이 준다고 부러워 하지만,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밤이고 낮이고 소위 ‘뺑이치는’ 직장이 어디 세계초일류 기업의 모습이란 말인가? 거기에다가 진급 좀 하려고 하면 확실하게 줄서야 하니 객관적인 인사평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80년대 중후반 까지만 하더라도 사정이 좀 나은 편이었다. 그때는 웬만큼 대충 ‘게기면’ 부장까지는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한 계단 만 올라가려 해도 ‘확실한 충성’에 기초한 ‘줄서기’가 필요하니, 이것이 어디 사람이 할 짓이란 말인가?

 

  넷째, 경영과 소유를 구별하지 못하는 구태를 버려야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경영전문가 ‘피터 드러커’의 주장에 의하면 경영과 소유는 엄격하게 구별되어야 하고, 일인지배체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것이다. 사실 일인지배체제는 ‘경영’이라는 말을 쓸 수 없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이같은 주장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인 1957년에 그의 저서 ‘The Practice of Management(경영의 실제)' 에서 기록된 것이다. 삼성과 같은 초일류기업에서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리하여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는 주장은 참으로 신선하며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그런 진리라고 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주장이 사회 전반 구석구석에 도달하여 수많은 한국사람들이 정신 차릴 수 있도록 먼저 ‘솔선수범’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