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영화 '라비앙 로즈'(에디트 삐아프의 일생)

파랑새호 2007. 11. 23. 10:20

프랑스의 국민가수라 할 수 있는 에디트 삐아프의 일생을 담은 영화, 라비앙 로즈(장미빛인생)는 한 사람의 인생이, 한사람의 노래가, 한사람의 사랑이 충분히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디트 삐아프는 19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카페의 가수 생활을 하는 어머니와 곡예단에서 서커스를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녀의 어머니는 돈이 없어 길거리에서도 노래를 부르곤 한다. 그녀는 결막염으로 3살에서 7살까지 눈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영화에서 보면 그녀의 아버지가 곡예단에서 �겨나 거리에서 서툰 서커스를 하며 돈을 받을 때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른다. 영화는 그녀가 부르는 ‘라 마르세예즈’장면에서 노래의 처음과 끝을 거의 전부 보여준다. 아주 남루한 차림의 소녀가 프랑스 대혁명의 와중에 탄생한 ‘라 마르세예즈’를 자신 없으면서도 겁먹은 듯한 얼굴로 끝까지 노래하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녀 아버지의 곡예보다는 그녀의 노래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그때부터 그녀는 거리의 가수로서 생활한다.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고 난 후 박수를 받는다.)

 

그러던 그녀는 어느날 노래클럽 사장 루이 르플레의 눈에 띄게된다. 르플레는 그녀를 자신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하면서 ‘삐아프’(참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러던 어느날 르플레가 살해당한다. 사람들은 르플레의 죽음이 삐아프가 상납하던 폭력조직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 한다. 이로인해 삐아프가 사실상 르플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 르플레의 죽음이후 삐아프는 레이몽 아소에 의하여 새롭게 조련된다. 레이몽 아소의 조련에 의하여 그녀는 이제 탁월한 가수로 발돋움한다.

 

(르플레와 삐아프, 망년회에서 망가진다)

 

 어쩌면 삐아프의 생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남자, 세계헤비급 권투챔피언 막셀 세르당은 삐아프가 미국에서 활동할 때 나타난다. 막셀과 만나면서 삐아프는 자신이 사랑에 빠져있음을 느낀다. 유부남인 막셀을 배려하고, 막셀과 떨어져 있을 때는 구구절절한 사랑의 편지를 쓴다. 영화에서는 삐아프가 쓴 사랑의 편지가 삐아프의 노래와 함께 나타난다. 막셀은 빨리 와달라는 삐아프의 요청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다 비행기가 추락하여 사망한다.

 

 (막셀을 바라보는 삐아프의 표정, 눈빛)

 

막셀의 죽음이후 그녀의 인생은 술과 마약에 찌든다. 그녀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브 몽땅 등 유명배우와 결혼도 하지만, 별 의미가 없다. 그녀가 죽기 전의 마지막 공연, 올림피아 홀의 콘서트에서 삐아프는 그녀 인생이 요약되어 있다고 느낀 ‘후회하지 않아’를 발표한다. 에디트 삐아프는 몸이 술과 몰핀으로 망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오직 노래를 부르기 위해 무대위에 선다. 보기에도 애처로운 아주 말라비틀어진 몸을 가누며 무대위에 서보지만, ‘빠담 빠담’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쓰러진다.

 

생전의 에디트 삐아프를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은 여배우 ‘마리온 코티아르’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내내 흘러나오는 에디트 삐아프의 풍부한 음량, 타고난 목소리도 좋다. 그러나 가수로서 최선을 다하여 죽을 때까지 무대위에 섰던 그녀의 삶, 한 남자를 온전히 사랑한 그녀의 순수함,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노래를 빛나게 하고, 영화 '라비앙 로즈'를 빛나게 한다.

 

(영화속의 삐아프와 실제의 삐아프)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타인과 교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비록 삐아프가 나와는 전혀 일면식이 없었더라도, 또 내가 비록 노래에 대해선 문외한이더라도, 충분히 오늘을 살고 있는 나에게 삐아프는 의미가 있다. 자신의 인생을 살지만, 인생 자체가 타인에게 풍요로움과 사랑과,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영화 ‘라비앙 로즈’에서는 노래를 부를 때 발음의 정확성을 위하여 끊임없이 교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중가요 가수들이 정확한 발음을 위해 연습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대중가요와 성악을 직접 비교해서 기분나쁠지는 몰라도, 이런 면에서 나는 우리나라 성악가 조수미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녀의 노래는 항상 발음이 이상하다. 외국말도 아니고 한국말도 아닌 이상한 입모양이 그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조수미는 노래를 부를 때 ‘가사’보다는 ‘음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양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해도 발음의 부정확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중 혹은 관객과의 감정 불일치는 조수미의 탓이라는 책망은 피할 수 없다. 

 

영화 ‘라비앙 로즈’를 보는 사람은 적었다. 객석의 맨 끝 3줄 정도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잘 일어나지 못했다. 영화관내에 관람하던 사람과 단 한마디도 안했지만, 느낌으로 안다. 감동적이다.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연령은 12세 이상이었다. 우리 애들에게 강력 추천해서 꼭 보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에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