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빈곤한 상상력(영화 - 나는 전설이다)

파랑새호 2007. 12. 20. 16:15

암을 위해 개발한 약이 인간을 변형시켜 버리고, 인간은 거의  멸망했다. 분명 텔레비전에서 “우리는 암을 정복했다”고 선언했는데, 바로 그 약이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생각,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상상이다. 약이 인간을 변형시킨다는 내용은 전형적인 구닥다리다. 변형된 인간이 피를 갈구한다는 것, 피 냄새를 맡고 환장한다는 것은 이미 상상속의 조상들이 있다.(뱀파이어, 흡혈귀)

 

지구 온난화 때문인가? 도심에 사자와 사슴이 나타났다. 영화의 줄거리와 도심의 사자, 사슴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은 살지 않고 짐승만 산다는 점을 드러내고 싶었다면 "그래 알았다. 그렇다고 해주마"하고 말해줄란다.

 

다만 나는 마지막 장면의 마치 에덴동산 같은 인간만의 낙원, 세상과 구별된 인간만의 낙원을 주목한다. 모든 인간은 약의 부작용으로 거의 인간이 아니라, 살기 위해 지랄하는 금수처럼 지낼 때, 약에 오염되지 않은 소수의 무리들이 그들만의 낙원을 꾸렸다. 약으로 오염된 모든 사람이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만을 위한 낙원이 헐리우드 상상력의 귀결점이다. 나는 미국의 특권층 남성을 위한 ‘보헤미안 그로브(Bohemian Grove)’가 생각났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신자유주의로 고생하고 있을 때 미국의 특권층들만을 위한 장소, 변태 성행위와 매춘, 호모섹스가 난무한다고 소문만 무성한 그 장소가 생각났다. (독후감은 아직 쓰지 않았지만, ‘앨런 그린스펀’의 회고록에 보면 앨런은 보헤미안 그로브에서 조지 슐츠의 주선으로 ‘리콴유’라는 싱가폴 수상을 만난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마지막 결론부는 얼마나 자본주의적인가? 소수를 위한 낙원, 헐리우드의 전형적인 철학이자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세계관 되겠다. 나는 약에 오염된 무리와 같이 피를 찾아 헤매면서 살아야지 다짐했다.

 

     (임마, 그렇게 좁은 창으로 세상을 보면 상상력이 빈곤해진다. 넓은 세상에서 하늘 보고 살아라)

 

나는 분명히 ‘어거스트 러쉬’를 예약하라고 말했다. 결과는 ‘나는 전설이다’표가 나오질 않았겠는가? '씨바' '씨바' 하면서 본 영화라 마음에 들리 없는데 내용마저 빈곤한 상상력을 내세우는 것 같아 더욱 엿같은 기분이었다. 중간 중간 음향으로 사람 놀래키는 것이 또 기분이 나쁘다. “아이, 깜짝이야” 마누라는 그렇게 말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다. 차라리 뱀파이어 영화나, (제목이 가물가물한데..그 무슨 헬싱인가)늑대인간 영화가 훨씬 낫겠다. 좀더 신나는 상상을 할 수 있을 텐데 니들의 한계는 거기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