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고나서 기분도 착잡하고, 또 술도 생각나 이웃집 사람들과 함께 생맥주집에서 한잔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눈인 것 같은데, 그 느낌이 너무나 비 같아서 이래저래 낭만적인 겨울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쨋거나 대선이 본격적으로 접어들고 난 후에 이웃사람들과 이야기 해본 적이 없어서 속으로 은근히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TV토론에 대해 사람들은 뭔가 뜨거운 설전을 기대하면서 은근히 재미도 기대했었는데, 너무 싱거웠다는 평가가 주된 감상이었다. 후보들 개인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명박 선방 - 문국현 좌절’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크게 예상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이 선방했다는 사람들의 평가가 나타나게 된 배경이 뭘까 신경 써서 들어보니,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는 데 오히려 공격하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문국현에 대한 평가는 참으로 혹독했다. “알기는 많이 아는 것 같은데 무슨 얘기 하는 지 잘 모르겠다.” 혹은 “배운 사람들이나 찍을까 서민들하고는 별로 안 어울리는 것 같다” 등등. 여기에 결정타는 “한나라당하고 별 입장차이 없는 것 아니냐?”
TV토론 평가는 자연스럽게 누구를 찍어야 하는가?로 연결되었다. 이구동성 “찍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 가운데, 결국 “찍을 사람 없으면 이명박으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아니 찍을 사람 없는데 왜 이명박을 찍어야 합니까?”나는 거의 항의성 질문을 제기했다. “동영이는 진짜 찍기 싫고, 회창이는 ‘차떼기’라 싫고, 어쨋거나 경제 살린다니까 그 중 하나 찍는다면 이명박 아닌가?”라는 반론. 아! 민노당 권영길의 ‘권’자도 안나오는 상황에서, 그나마 은근히 속으로 기대한 문국현 마저 무너지고, 정동영은 처음부터 ‘자기 자신을 위해 조직을 배신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가운데 사람들은 이명박에 미련을 두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BBK사건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한 것은 너무나 황당하다”는 평가를 했다. “한나라당 당원들도 되게 의아해 하더라”는 말도 있었다. 문국현과 정동영의 후보단일화는 문국현이 하기 싫어하는 것 같아 안될 것 같다는 평가. 속으로 사람들이 무관심한 척해도 알건 다 아는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각 후보들의 유세차량이 요즘 로고송을 크게 안튼다는 이야기도 했다. 처음 하루 이틀은 빵빵하게 틀고 다녔는데, 시끄럽다고 하도 사람들이 욕을 해대니까 이제는 아예 조그맣게 틀고 있더라는 이야기였다.
예년의 대선 같으면 술 한잔하면서 각 대선후보들에 대해 평가하고 욕도 좀하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리는 그런 것이 있었다. 어떤 때는 술먹다 논쟁이 붙어 싸우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작금의 대선은 사람들에게 별반 관심이 없는 가운데, 논쟁도 없다. 참으로 사람들의 무관심이 지배적이다. 맘에 드는 후보가 없는 대선처럼 불행한 대선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이런 분위기가 우리 동네 사람들(나이는 전부 61년생 - 63년생 사이였다.)만의 특수한 상황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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