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지하철 1호선 3999회

파랑새호 2008. 12. 31. 11:54

어제 본 ‘지하철 1호선 3999회’는 연말에 의미있는 시간이 되기에 충분했다. 올해로 공연이 끝난다기에 한번 더 보자는 생각에 직원들과 함께 가서 관람했다. 예상치 않게 눈에 익은 영화배우들이 출연을 했다.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은 형식상 ‘선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는 ‘걸레’이다. 그 ‘걸레’로 영화배우 ‘방은진’이 출연했다. 나는 물론 ‘방은진’임을 확신하고 주장했으나, 같이 간 직원들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꼭 이럴땐 난 '말빨'이 딸린다.) 지하철에서 볼펜을 파는 옛날 살인자로 청송교도소에서 살다 나왔다고 주장하는 ‘공갈 자해범’으로 영화배우 ‘황정민’이 출연했다. 이 사람에 대해선 모두가 확인했다. ‘안경’역을 맡은 배우도 EBS의 어느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는 잘 몰랐다. 직원들은, 특히 여직원들은 끝나고 난 뒤 ‘황정민’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나는 이번에도 역시 '걸레'와 사진을 찍고 싶었다.) 어쨌거나 누가 출연했건, 배우에 상관없이 다시 한번 봐도 관람료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직원 중에 몇몇은 지하철1호선만이 좌측통행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러워하는 눈치다.

 

지하철 1호선에는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나온다. 다만 유일하게 제외된 유형의 사람은 소위 ‘인텔리’들이다. 강남의 사모님들 대사 중에 “나 이대 나왔어”하고 말하지만, 강남의 사모님들은 ‘인텔리’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안경 또한 마찬가지이다. ‘안경’이 학생행세를 했지만, 실제는 아니다. 청량리 588에서 하룻밤 자고 학교에 강의하러 가는 ‘시간강사’도 인텔리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무언가 아쉽다. 인텔리에 대한 풍자가 없다는 점이 내가 지하철 1호선에 대해 유일하게 갖고 있는 아쉬움이다. 자기행동을 손쉽게 합리화하고, 역사의 모든 사건을 제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는 모든 인텔리들에 대해 잘근잘근 씹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