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조승수’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 심하다.

파랑새호 2007. 12. 27. 10:40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민노당 당원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노당 후보를 찍게 되면 이명박을 돕는 역할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다만 민노당에 대한 관심과 나름대로의 애정은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대선에서 이명박이 당선되어 소위 진보진영에서는 충격과 허탈감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이다.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민노당 내부에서는 ‘반성’보다는 심각한 ‘분파대립’이 있는 상태이다.

 

 

(조선일보, 12월 27일)

 

민노당에는 두개의 큰 분파가 있다고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다. 민중파와 자주파로 명명된 파벌이 그것이다. 민중파는 예전 운동권에서 민중계열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지칭하고, 자주파는 민족계열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지칭한다. 나는 ‘민중’과 ‘민족’이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 어쨌거나 지금 민노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사람은 자주파인 모양이다. 대선에서 민노당의 득표율이 저조한 이유가 자주파 때문이라고 예전에 국회의원을 했다던 ‘조승수’라는 사람이 주장했다. 그것도 보수언론 ‘조선일보’에 자주파에 대하여 “친북세력”, 혹은 “북한세력을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여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국가보안법이 살아있다. 조승수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에는 ‘반국가단체’라는 규정이 있다.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하는 ‘반 국가단체’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정의한다. 국가정보원에서는 반국가단체를 규정할 때 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구하는 집단이거나 혹은 공산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판단한다. 만일 조승수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민노당은 사실상 ‘반국가단체’이다. 반국가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승수는 이같은 불법사실을 알면서도 (비록 지금은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방조하고 있는 상태인 셈이다.

 

자신의 당 동료에 대하여 “친북세력”으로 규정한 사람이 그 당에 계속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빨리 국정원에 신고해야 할 것이다.) 어떤 정치 정당이든 당내 분파가 있을 수 있지만, 조승수가 지적한 사항은 분파를 넘어선 내용이다. 그렇다고 조승수가 말한 내용 중에 ‘자주파’의 구체적인 북한추종형태의 근거가 적시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조승수가 거론하는 것은 ‘일심회’사건이다. 나는 몰랐지만 아마도 대법원에서까지 간첩으로 확정된 모양이다. 조승수는 ‘일심회’사건 때 “당 지도부가 분명한 입장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당 지도부, 구체적으로는 ‘자주파’가 북한추종세력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조승수가 예전 안기부 출신인지 의심스럽다. 전형적인 공안검사가 해야 할 이야기를 민노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 입에서 그것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민노당 내부의 의견 대립에 대해 한겨레신문에서도 비슷한 기사가 나온 바 있지만, 해석은 전혀 다르다.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정세와 동떨어진 사고와 결정으로 대선에서 실패했다는 점에 대해선 자주파도 평등파도 다 인정하는 것 같다. 다만 자주파가 당의 지도부였던 만큼 자주파가 당 지도부에서 사퇴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 대선에서 권영길이라는 사람이 민노당의 후보로 당선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민노당의 문제이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실패하고,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웠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만큼이나 민노당의 사람부재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민노당 지도부는 참회하며 일괄 사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승수의 비판은 도를 넘어선 것이다. 조승수는 사실상 진보이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민노당의 사람부재가 어떻게 자주파만의 책임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생각할 때 진보운동 전체가 자꾸 퇴보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민주노총의 조합원들도 권영길을 찍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아예 대놓고 이명박을 지지했다. 도대체가 오늘의 진보운동이 위축된 배경자체가 오늘 민노당 참패의 원인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조승수는 자주파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자신에 대한 반성부터 해라. 진보운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노동자대중에 대해서조차 지도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꼬라지’부터 반성해라. (그리고 인터뷰할 언론사가 그렇게 없나? 왜 하필 조선일보인가? 전화 왔더라도 점잖게 그냥 끊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