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의료보험 논쟁

파랑새호 2008. 10. 11. 12:48

 

 

 

역자 주 ; [Economist] 2008년 10월 둘째 주, 'Special Briefing' 14쪽-15쪽의 ‘의료보험 적용확대를 위한 경쟁(Running for cover)’번역문입니다. 주지하다시피 [Economist]의 논조는 보수적이나 오바마와 멕케인의 의료보험 공약을 구체적으로 비교했다는 점에서 게재합니다. 또한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여러 글이 제 블로그에 게재되어 있으니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의료시설을 제공하고 있는 국가이다. 만일 독자 여러분 중에서 운 좋게 ‘Mayo Clinic’ ‘ UCLA Medical Centre’ ‘Johns Hopkins’와 같은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최상의 진료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미국에는 무보험자와 적용수준이 낮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 수천만명이 있다. 이들은 역시 세계에서 가장 질이 나쁘거나,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만 받고 있으며, 사실상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2조5천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필요하지만 결국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의료시스템이다. 미국의료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선 두 가지 문제가 늘 논의의 중심이 되어 왔다. 첫 번째 문제는 비용이다. 미국의 의료비용은 지난 십년간 급등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률보다 매년 2.5% 더 증가했다. 만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Medicare'(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한 정부의료보험)와 ’Medicaid'(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의료보험)의 비용은, 미국의회의 예산결산위원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체 연방예산보다 더 많은 수준의 금액이라 할 수 있는 GDP의 20%까지 증가하게 된다.

 

두 번째 문제는 의료보험 적용범위의 문제이다.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미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가 없다.(영국과 캐나다는 정부가 운영하고, 스위스와 프랑스는 공공-민간 혼용 운영체제이다) 대개 4천6백만 명의 미국인이 무보험자이다. 1994년 4천만 명과 비교할 때 무보험자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무보험자가 의료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만일 무보험자가 갑자기 사고나 심장질환이 발생했을 경우, 법에 의하여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응급진료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혜택이 적은 보험가입자의 경우에는 예방을 위한 검진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무보험자의 문제는 결국 비용증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것은 미국 의료보험 제도의 개혁문제를 논의할 때 비용문제와 의료보험 적용범위 확대문제가 왜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지를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단지 입속에서 맴돌 뿐이며, 많은 정치인들은 둘 중의 하나의 문제만 선택해서 개혁의 목표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클린턴 행정부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소위‘힐러리의보’) 정착시키기 위해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관리의료’라는 운동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자 했으며, 환자의 선택을 제한한다고 비판받았다. 조지부시 행정부는 건강저축예금(health savings accounts)을 수단으로 의료비용을 줄인다는 다소 소극적인 방법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향후 10년간 5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노인들을 위한 약품조제비용의 지원을 결정하여, 부시대통령과 미국 의회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엄청난 의료비용 증가의 새로운 국면을 열게 되었다.

 

적용범위 확대가 우선인가, 아니면 비용감축이 우선인가?

이런 역사를 되돌이켜 볼 때, 바락 오바마와 존 멕케인이 의료보험 문제를 공약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부시행정부의 노력보다 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두 후보는 모두 의료비용 문제와 의료보험 적용범위 확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주장일 뿐이다.

 

두 후보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문제 중에서 후보별로 우선순위가 정해져 있다. 오바마의 공약은 적용범위 확대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멕케인은 의료비용 감축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두 후보간의 분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특징이 또 하나 있다. 오바마는 적용범위 확대 문제가 일정한 비용증가를 수반하게 되며, 그중 일부를 정부의 예산으로 충당하려 한다. 대조적으로 멕케인의 경우 길게 본다면, 결국 정부 재정을 추가하지 않는 해결방식이다.

 

오바마의 의료보험 적용범위 확대 공약은 아주 오래된 문제이다. 최근에는 무보험자 외에 직장에서 제공하는 의료보험에 가입된 사람일지라도 회사가 도산하거나 혹은 경영악화 등으로 적용범위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모든 주민의 의료보험적용을 위하여 개혁을 시도중이지만, 핵심 내용이 예전에 실패한 힐러리 클린턴의 개혁내용을 답습하고 있다.

 

오바마는 새로운 규제와 정책변화, 보조금제도를 혼합하는 것에 의하여, 의료보험 적용범위 확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오바마의 공약에 의하면 보험회사는 질병이 심한 사람이거나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의료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다. 오바마는 개인이나 회사가 민간의료보험이나 ‘Medicare'를 모델로 만든 공공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전국민의료보험시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 제도를 통해 앞으로는 개인이나 영세기업들 까지도 모두 민간의료보험이나 혹은 Medicare를 모델로 하는 공공의료보험에 가입해야 만 하며,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오바마는 공공보험이나 민간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구당 세금공제 제도를 신설할 예정이다.

 

오바마의 이런 정책은 잘 작동될 수 있을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다. 그녀가 비판하는 주된 내용은 오바마의 공약에서는 그녀와 메사추세츠주에서 추진했던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그 핵심 내용이란, 적용범위 문제가 법적인 요구사항으로 강제사항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공약에 의하면 유일하게 법적 강제를 설치한 내용이란 자식이 있는 부모들은 반드시 의료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 있다. 적용범위에 대한 강제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만일 강제성이 없을 경우에 소위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나 건강한 사람은 보험적용 혜택이 적은, 아주 값싼 보험에 가입하기 쉽다는 점이다.

 

오바마의 실용적이면서, 정치적으로는 현명한 반박논리는 힐러리가 주장하는 내용의 경우, 미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비용을 개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이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오바마는 보험시장을 확대하여 의료보험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비용을 미국의 전형적인 가구로 추산할 경우 년간 2,500달러가 절감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비용 감소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바마의 선거참모들은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개인에게는 오바마의 공약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아마도 98%의 사람들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점이 바로 오바마의 공약 중에서 약간의 의문점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누구도 법적 강제가 없는 의료보험 체제에서 역 선택의 문제가 얼마나 큰 파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오바마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지지하는 사람들조차도 메사추세츠 주에서 이미 의료보험 적용범위에 대한 강제규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이나 보험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보다 더 값싼 상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욕구를 막을 수는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의 적용범위가 축소되더라도 조금 더 싼 의료보험을 찾을 것이며, 결국 보조금은 지급되었으나 보험적용 범위는 계속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 증가하는 비용에 대해 급속하게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한, “수년 내에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국가 정책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두 번째 문제점은 바로 오바마가 그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정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있다. 그의 참모들은 대개 년간 500억달러 - 6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는 대개 7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부유한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부시행정부의 소득세 감면조치를 되돌려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소득세 감면조치는 오바마가 공약하지 않아도 이미 종결될 예정이었다고 주장한다. 어쨌든 만일 오바마의 약속대로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의 공약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멕케인이 주장하는 의료비용절감조치처럼 오바마의 공약이 실행될 경우 얼마나 많은 비용이 절감될지는 알 수 없다. TPC라는 워싱턴에 자리잡고 있는 국세정책연구소에서는 두 후보가 주장하는 비용절감 금액을 인정하지 않는다. TPC는 멕케인의 공약은 10년간 1조3천억달러의 비용이 소모될 것이고, 오바마는 1조6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두 후보의 비용절감 주장은 이 금액을 포함시킨 후에 계산해야 한다.

 

 

의료비용절감대책(penny-pinching)

 멕케인이 주장하는 의료비용절감 공약의 핵심은 개인이 직접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사업주들에게 제공했던 세금우대 혜택을 폐지하겠다는 점이다. 세금우대 폐지 공약은 2차대전 이후 미국 기업의 일상적인 특징이 되 버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기업에 대한 세금우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왜냐하면 년간 2,000억원달러 이상의 비용을 초래하게 되며, 두 가지 방향에서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세금감면 혜택이 없는 개인들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에 대한 세금우대 정책은 기업을 상대로 하는 의료보험만이 활성화 되는 현상을 초래하여 시장을 편중되게 만든다. 이러한 정책은 또한 의료보험으로 인하여 회사와의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감소된다는 것이다.

 

멕케인의 공약은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구당 5천 달러의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세금감면 정책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들에게 교회와 같은 조직을 통해서 주별 경계를 넘어선 보험가입을 허용하겠다고 주장한다. 오바마와는 달리 멕케인은 보험업자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가입 허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멕케인은 “고위험 집단”에 대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멕케인의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그는 확실히 기업주에게 제공했던 보조금을 끝낸다는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그렇지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멕케인은 보조금 철회로 인하여 건강보험의 혜택범위가 줄어드는 회사는 아마도 몇몇 대기업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TPC의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TPC의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공약이 무보험자를 빠르게 감소시킬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으나, 멕케인의 공약에 대해선 단지 2013년까지 1백만명 - 5백만명의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멕케인의 참모들은 그러한 평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세금우대 철회를 통해 개인에게 세금감면을 적용한다면, 기업의 의료보험 혜택이 줄어드는 영역을 충분히 대체하고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미국의 전형적인 가정에서 의료보험료가 12,000달러라고 했을 대, 얼마나 많은 저소득층의 가정에서 5,000달러의 세금우대 조치로 보험에 가입 하게 될지 의문스럽다. 멕케인이 제안한 고위험군의 경우 더욱 의문이다. 미국 내의 여러 주정부는 이러한 정책이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

 

어쨌든 오바마와 멕케인의 공약은 나름대로 모두 의미가 있다. 다만 오바마의 경우 전국민의 의료보험 적용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비용이 소요될지 알 수 없고, 반면 멕케인의 경우는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스럽기는 하다. 의료보험에 가입했으나 보험적용의 제한으로 말미암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고, 미국처럼 부자국가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사람이 4천6백만 명에 달하는 이런 문제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공약을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미래의 투표자들은 그 비용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