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돔 구장은 시급하지 않다.

파랑새호 2009. 3. 26. 10:21

우리나라 야구선수들이 일본에게는 비록 졌지만, 열심히 싸워준 덕분에 많은 박수를 받게 되었다. 한일 결승전은 일본의 기술, 개인기, 정교함과 한국의 파워, 조직력, 정신력이 선명하게 대조적이었다. 승패를 떠나 참으로 볼 만한 경기였다. 

 

최근 야구 경기를 볼 때마다 해설자들로부터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돔 구장 건설’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야구를 비교하면서 돔 구장이야기는 화두가 되 버렸다. 엠비씨의 ‘허구연’같은 사람은 아예 돔구장을 정부예산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기부양도 되는 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언급까지 한다. 황당하다. 언제부터 허구연이 국민들의 경제를 걱정했는지 궁굼할 정도이다. 필자가 생각할 때 투자에 너무나도 인색한 프로야구 구단에서 돔구장 건설비용이 나올리 없기 때문에 애꿎은 정부예산을 들먹거리는 것에 불과하다.

 

 왜 돔구장을 건설해야 하는가? 돔 구장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지는 대개 일본이나 미국에는 돔구장이 모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특히 악천후로 야구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없어진다는 점, 야구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이런 주장이 꼭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시급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한국 야구의 시급성은 무엇인가? 우선 기존 시설의 노후화이다. 대구구장이나 광주구장은 시설자체가 엉망이다. 언제가 대구구장은 무너질 것 같아 임시로 철제빔을 설치한 상황이 보도된 적이 있다. 광주구장의 문제점에 대해선 대단히 많은 지적이 있었다. 심지어 잠실구장의 경우에도 원정팀 선수를 위한 편의시설의 문제가 지적될 정도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의 지역 투자기피를 지적해야 한다. 프로야구는 지역연고를 갖고 있어야 하며, 지역의 발전과 맞물려 지역주민의 성원 속에 발전한다. 프로구단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굼 하다.

 

세 번째로 야구 저변의 확대이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야구를 재미삼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창시설에 야구선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대학진학도 문제이다. 일반인들이 야구할 수 있는 시설은 얼마나 되는가? 축구장은 각 지자체에서 꽤 건설하는 추세지만 야구장은 눈을 씻고 봐도 드물다.

 

일본 최초의 돔구장은 1988년에 건설된 ‘도쿄 돔’이다. 일본 프로야구가 1936년에 출발했기 때문에 프로야구 출범 후 정확히 52년 만에 돔구장이 건설되었다. 나머지 5개 돔구장은 거의 90년대 이후에 건설된 것이다. 즉 일본에서도 돔구장은 비교적 최근에 설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82년 전두환의 ‘3S’정책으로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정치로 이용하건 어쩌건 국민들의 일정한 성원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다만 아직 30년이 채 안된 짧은 역사라서 시급한 사안은 널려 있다. 돔 구장은 천천히 해도 된다.

 

스포츠는 특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지난번 베이징올림픽 때 일본대표는 올림픽기간을 이용하여 중국에 있는 일본 유아원을 방문하는 행사를 했다. 다분히 의도적인 행사겠지만, 아주 괜찮은 의도이다. 한국의 프로야구도 의식적으로 이런 행사를 늘려야 한다. 어린아이나 학생들과의 접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프로야구 구단에서 많이 투자해야 한다. 프로야구 구단의 투자가 성실하게 진행된다면 아마도 국민들은 돔구장을 예산으로 지원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