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의 광부들이 극적으로 구조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세계의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사들의 초점은 ‘극적인 생환’에 있다. 33인들의 작업반장은 갱도가 무너진 후 생존을 위한 구원반장이 되었으며, 지금은 이제 영웅반장 대접을 받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생명은 귀중하다는 명제가 아주 어슴프레하게 사람들의 의식속에 살아있지만, 33명의 광부들에게 앞으로 닥칠 행운들(각종 영화사, 언론사, 출판사 등으로 인하여)에 훨씬 더 큰 부러움의 관심을 보인다.
칠레는 한국과도 FTA를 체결했지만, 농산물이나 광물 등 천연자원으로 경제를 지탱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오미클라인의 책 [쇼크독트린]에 보면 칠레이야기가 나온다. 악명높은 독재자 피노체트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의 권고를 받아들여 쿠데타 이후 칠레를 자유주의 속에 파묻게 했으나, 1980년대 중반 엄청난 실패를 맛보았다. 피노체트는 이후 프리드먼의 권고를 믿지 않고 회사들을 국유화하고 프리드먼의 제자들을 사기혐의로 구속한다. 나오미클라인은 이당시 칠레경제가 그나마 완전 붕괴에 까지 이르지 않았던 것은 “피노체트가 코델코(Codelco)를 민영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코델코는 아옌데가 국유화한 구리광산회사로, 칠레 수출액의 85퍼센트를 차지한다. 덕분에 경제적 버블이 터져도 국가는 여전히 안정적인 자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나오미 클라인, [쇼크독트린],
어쩌면 사람들은 대개 광산이 무너지는 소식을 너무나 많이 접했는지 모른다. 지하 625미터에서 갱도가 무너진 것은 어느나라에나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광산이 무너져 기적 같은 생환보다는 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다. 따라서 광산이 무너졌을 때 왜 무너졌고, 관리책임자는 누구였고, 무너지는 현상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는지, 평소 광산이 무너졌을 때에 대비한 훈련은 얼마나 진행되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당연히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처럼 보인다. 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담보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노동자들마저도 산업재해에 먼나라 불구경하듯 무관심한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오히려 자신은 더 위험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시대는 수많은 영웅을 낳고 있다.
칠레 광산 매몰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은 무엇인가? 인간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한다면 광산작업의 안전성, 재해대비 훈련, 일상적인 관리체제를 보다 심각하게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칠레의 산호세 광산의 광산주는 “이상한 소리가 나는 등 위기 징후가 보였는데도 광부들을 땅속으로 몰아넣었다고”(한겨레신문 10월18일자 ‘
칠레의 교훈은 작업장 안전에 대한 내용으로 다시 바뀌어야 한다. 작업장 안전이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실천임을 알아야 한다. 칠레의 광산붕괴사건은 역설적으로 기업가의 이윤우선주의와 노동자들의 안전조치에 대한 무관심, 생명에 대한 국가의 방조로 인하여 발생한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광산에서 안전조치들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한 절대 무너질 수 없다는 그야말로 평범한 진리가 무시되는 현장으로 다시한번 재조명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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