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문제

환율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파랑새호 2010. 10. 27. 10:53

2010 1023 경주에서 막을 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시장결정적 환율구조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윤증현 장관은 이것으로 환율논쟁은 종식되었다고 주장하고, 한국정부와 언론은 큰 업적이나 되는 것인 양 선전하고 있다. 2010년 9월27 브라질 재무장관 기도 만테가(Guido Mantega)국제 통화전쟁이 발생했다고 선언한 이후 국제적 합의가 처음 있는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각국의 정책이나 방침이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선언만 했다고 환율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시장결정적이라는 말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통화전쟁은 각국정부 특히 선진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정책 공간이 너무 없다.

 

현재의 세계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특히나 미국은 막대한 양의 돈을 발행하고 이를 각종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을 위해 퍼부어 왔다. 주택 모기지 증권을 통한 미국 금융기관들의 돈놀이가 실물 경제의 파국을 초래한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와 세금면제를 통한 초과수익을 위해 공장이나 시설을 대규모로 이전하였다. 미국 재무장관 가이트너는 흑자국들은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것은 가이트너의 인식이 얼마나 피상적인지를 결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현재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미국 수출과 그로인한 경상수지 흑자 달성은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의도한 지역생산기반의 재편전략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원인은 미국의 다국적기업에게 있는데, 중국정부에게 항의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참고 ; 필자의 블로그에 있는 번역문 미국경제와 중국 ; 자본주의, 계급, 그리고 위기’)

 

현재의 통화전쟁은 선진국의 경제가 특별히 나아질 수 없는 악조건에서 헤매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선진국 정부는 실물 경제의 회복은 멀었다고 보고 환율 을 이용한 약간의 수요 증가 혜택을 바라고 있다. 마치 경제학 교과서의 차익거래(arbitrage)가 떠오른다. 이것은 사실상 선진국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한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을 나타낸다. 수년이 경과해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차오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마땅한 방도는 없고, 이런 점이 바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정부의 고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선진국 정부에게는 경제불황에 대한 희생양이 필요하다. 표면상 엄청난 수출물량으로 인한 무역흑자는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공통된 특징이다. 여기서 개도국 전체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을 집중 겨냥할 경우 시도 때도 없이 엄청난 덩치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적절히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갖는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작년부터 노동자들의 임금을 상승시키고 있고, 각종 노동보호 제도를 통과시켰다. 최근의 중국공산당 17기 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는 국부보다 민부”, “성장보다 분배정책을 향후 중국정부의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런 정책은 당연히 내수경기 확대로 연결된다. 내수경기 확대는 통화의 팽창으로도 연결될 수가 있어서 어쨌든 중국정부로서는 환율인상 등의 조치가 필요해 질 수도 있다.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들은 좌불안석이다. 중국을 빌미로 선진국 정부가 소위 양적완화 정책(국채매입을 위한 무제한 화폐발행)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예전에 개도국을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선진국의 단기 투기자본이 다시 활개치는 상황이 벌어지는 직접 원인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개도국 금융시장의 변동, 불안이 세계 통화전쟁의 다른 측면이다. 2010 9월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6조 달러이며, 개도국 전체는 6.8조 달러이다. 금융위기 이전보다 50%이상 증가하였다. 개도국에서 이렇게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이유는 바로 투기자본 때문이다. 그러나 막대한 외환보유고로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 개도국 정부의 고민이다. 태국은 15%의 외환보유세를 신설했다. 브라질을 비롯한 각국 정부도 직접 자본유입에 대한 통제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요컨대 현재의 통화전쟁은 선진국의 금융위기에 의한 경기침체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잡다한 모색을 해보지만, 특별한 경기상승 조치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우고, 자국의 경제적 우위를 제국주의적 강제를 통해 약간의 이익으로 전환시켜보려는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특히나 선진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을 방치했다간 개도국만 극심한 불안정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2010 1023 윤증현 장관이 서둘러 환율논쟁 끝이라고 선언한 것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설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다만 윤증현 장관의 바램대로 되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실물 경제를 망치게 한 근본 원인은 그대로 놔둔 채 희생양만 만들어내는 것이 현 통화전쟁의 본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