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금융위기와 아시아

파랑새호 2011. 5. 12. 16:47

 

[숨길 곳은 아무데도 없다.](Nowhere to Hide)

저자 ; 마이클 림마휘(Michael Lim Mah-hui), 림친(Lim Chin) 공저

펴낸 곳 ; 싱가폴 남아시아 연구소 출판부

발간일 ; 2010

 

 

금융위기를 분석한 글은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금융위기에 대한 책은 대개 영어로 발간된 것이 많은데, 어떤 경우 금융과 관련한 특수 용어를 마구잡이로 휘갈겨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가 읽을 경우 이해하기도 어려운 내용도 있다. 이 책은 이런 단점을 모두 극복한 장점을 갖고 있다. 아주 알기쉽게 서술하고 있고, 관점도 정확하다. 현상에 대한 서술은 물론이거니와 본질에 다가서고 있다. 더군다나 선진국자본주의에 초점을 두면서도 아시아에 대한 영향을 다룬다. 비록 내가 많은 문헌을 섭렵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 평이하여 누구라도 알기 쉽다는 점만은 백퍼센트 믿어도 좋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신자유주의로 일컫는 시장만능주의 이론을(효율적 시장이론- Efficient Market Hypothesis과 합리적 기대이론) 다룬다. 소위 사상의 문제, ‘관점의 문제를 제일 먼저 다루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금융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시카고 학파를 중심으로 한 시장만능주의 이론을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해 아무런  현실적 근거가 없는 맹신이라고 결론내린다.

 

2장은 금융혁신이라는 말로 위장한 각종 투기수단들( 파생상품들 - 주택저당채권, 부채담보부증권, 신용부도스왑, 구조화투자펀드(structured investment vehicles), 사모펀드(private equity)와 차입매수)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다루고 있다. 수치에 의한 설명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이 같은 설명은 저자가 서방의 여러 은행들과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가르친 경력에 의해 단순 명쾌하다.

 

3장에서는 미국에서 금융산업이 정치 경제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다루고, 4장에서는 본격적인 금융위기의 구체적 현상을 분석한다. 여기서 저자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3가지의 불균형을 제시한다. 첫째 금융과 실물경제간의 불균형(즉 금융의 실물경제 지배), 둘째 부와 소득의 불균형, 셋쩨 미국을 한편으로 하고, 아시아, 중동, 러시아 독일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발생한 경상수지의 불균형이다. 저자는 미국경제가 부채의존형 구조라고 진단하면서 1960 GDP 27배였던 총 부채는 2007년에 이르러 64배로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바로 금융이 실물경제를 지배하는 첫번째 불균형이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소득과 부의 불균형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소득과 부의 불평등 구조를 말한다. 저자는 그동안 금융위기를 다룬 대부분의 논의에서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의 금융위기에 대한 장기적 구조적 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내용은 경제적 불평등, 부채, 금융상품과의 관계에 놓여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미국의 대중들에게 부채를 증가시키고 거품을 형성시켰으며, 중국의 값싼 상품공급에 의한  소비과잉을 초래했다. 드러나 이것은 한편으론 미국의 소수 상위계급에겐 자산의 급속한 증가와 거품을 초래한 원인이었다고 설명한다.

 

5장은 현재의 금융위기가 아시아에 미친 영향과 미래의 과제를 다루고 있다. 바로 이 책의 주제이다. 우선 저자는 금융위기로 인하여 선진자본국과 아시아국가간의 신용격차가 확대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예를들어 2007년부터 2009년초까지 다우존스 주가지수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주가지수는 각각 34.1% 30.2% 하락한 것에 불과했지만,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42%, 상하이 지수는 64.3%,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36.4% 떨어졌다. 이는 바로 외국자본의 철수에 의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특히 한국)심각하게 하락했다. 수출부진, GDP 감소 또한 발생했다. 이같은 현상은 아시아경제가 그만큼 세계경제와의 밀접한 관련하에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은 특히 97년 아시아신용위기때와는 다르게 진행하였다. 그때와는 달리 이후 아시아 경제는 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점은 바로 아시아 경제의 신속한 회복에 있다. 저자가 판단할 때 아시아 경제의 빠른 회복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고, 기업의 수익성을 향상시켰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진자본주의가 일정하게 기여한 면도 있겠지만, 아시아 경제가 서서히 세계 경제의 주축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저자가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나 방점은 아시아 경제 자체의 성장에 놓여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아시아의 3대 과제로서 첫째, 수출주도형 성장모델의 탈피, 자본자유화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와 자본자유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한 극복, 현재 국제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 극복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중국정부가 러시아와의 무역에 달러화를 결제수단으로 하지 않고 자국 통화로 시도하고 있는 사례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제통화(SDR ; Super-sovereign currency)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제6장에서 저자는 미국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질서의 문제를 신중하게 문제제기 한다. 금융위기는 국제경제와 금융구조에서 미국이 헤게모니를 관철하고 있어서 나타난 사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라는 표현은 나타나지 않지만, 사실상 미국을 제국주의로 바라본다. 저자는 점잖게 역사의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엄청나게 강조한다.

 

책의 내용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아마 번역본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이미 신자유주의 철학이나 시장만능주의 이론 같은 한물간 사상에 기초하여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실제로는 자신들도 구체적 상황에 맞물려 이런 저런 수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겉으로는 시장자본주의를 내세운다. 이럴 때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는다.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절실하며, 또한 그 관리가 현재대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바로 우리나라 저축은행 사건이 세계적으로 확대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세계는 이제 금융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로부터 서서히 탈피해가고 있는 중이다. 우리도 한시바삐 금융이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무너뜨려야 한다. 피땀흘려 모은 돈을 투기꾼들에게 맡길 수 야 없지 않겠는가, 마찬가지로 나라를 장사꾼에게 맡겨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