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연극

'애니멀타운'과 '두만강'

파랑새호 2011. 3. 19. 09:50

 

최근에 본 영화 두편 에니멀 타운두만강이다. 두 영화 중 하나는 남한 사회를 다루고, 다른 하나는 북한을 소재로 한다.

 

두 영화에는 나만이 알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까지 영화를 볼 때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다른 누군가와 같이 봤다. 하지만 두 영화모두 다른 관객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예매한 티켓은 두장 즉 마누라와 나 둘이었는데 두 영화 모두 우리 두사람 외에 다른 관객이 없었다.

 

애니멀 타운에서는 남한사회가(특히 내가 활동하고 있는 중랑구가 주요 장면으로 많이 나온다)’애니멀들의 세상임을 보여준다. 사람다운 생각이나 행동, 사람답게 사는 생활에 대한 깊은 열망이 있지만,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은 애니멀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이는 두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이다. 강간은 체제를 넘어 존속한다.)에 뒤이어 피해자 가족의 복수가 시도된다.

 

탈북자 문제는 이제 만성화되었다. 같은 동포가 밥 굶고 있는 것을 멍 하게바라만 보고 있는 상태에서 더 나아가 남의 일 같다. 조선족들은 탈북자들을 도와주고 이를 이용하다가 자신들의 손해가 커지고 피해가 발생하자 적대시한다. 조선족 텔레비전에 나오는 친애하는 지도자의 영상은 조선족 벙어리 소녀가 탈북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구실을 줄 뿐이다.

 

두 영화의 차이점은 극단과 절제에 있다. ‘애니멀 타운은 극단적이다. 화면도 극단적이고 내용도 극단적이다. 남녀의 섹스 장면이 대단히 추하게 극단적으로 그려진다. 성기가 가감 없이 나타난다. 여기에서의 섹스는 창녀와의 섹스로 폐쇄적이다. 반면 두만강은 섹스장면에서 옷을 입고 있다.(‘애니멀타운에서는 누워서 섹스를 하고 두만강에서는 선 채로 섹스를 한다.) 어린 아이들이 창문을 통해서 보고 있는 가운데, 말하자면 공개된 섹스를 진행한다. 조선족의 일상이 덤덤하게 나타난다.

 

애니멀 타운에서 그려진 남한사회는 파편화된 개인만이 있고, 도저히 인간적인 유대가 없는 그런 사회이다. 우울하게 만든다. 주인공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자신이 강간한 소녀의 아버지에 의해서 살아난다. 죽지도 못하는 구나고 생각하는 순간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두만강에서  북한 사회는 굶주림 때문에 헤어지는 사회이다. 조선족들은 남한에 돈 벌러 가서 가족과 헤어진다. 어느 사회나 정도의 차이만 있지, 흩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인가. 남한은 극단적으로 흩어졌다. 북한과 중국은 남한에서는 약값이 엄청나게 비싸다면서 한국으로 약을 부치는 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살기 어려운 사회인 것은 마찬가지다.

 

사회를 드러내고 해석하는 것은 영화가 갖고 있는 주요한 기능중의 하나이다. 다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살기 힘든데 너무 노골적으로 부각시키거나, 있는 그 자체를 무덤덤하게 보여줘도 싫어한다. 서민들의 경제는 너무 어렵고, 대통령 임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영화마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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