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의학과엥겔스

파랑새호 2011. 6. 7. 17:35

 

제목 ; 医学とエンゲルス (社会医学の立場から)

저자 ; 마쓰오카 켄이치(松岡健一)

출판사 ; 오오츠키쇼텐(大月書店)

출판일 ; 2009년 5월7일

 

 

 

 

 

 

이 책은 1927년생인 저자가 쿠라시키(倉敷)의료생활협동조합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쿠도우(搏動)’라는 잡지에 의학과 엥겔스라는 제목으로 연재(29)했던 것을 책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저자는 1982년부터 미즈시마협동병원(水島協同病院)의 원장으로 근무했다가, 1993년 퇴임하였고, 1997년부터는 일본 오카야마시에 있는 소와니에간호전문학교 교장으로 근무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과학적 사회주의의 창시자들이 전해준 철학을 의사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의 삶과 접목하여 평가해보고 싶은 바램에 의해, 그리고 늘 학습을 생활화한다는 측면에서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맑스 엥겔스와 친하지 않은 젊은 세대의 의료동지들에게 무언가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램은 신선하기 조차 하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에서 19세기전반 실태고발의 명저라고 할 수 있는 엥겔스의 [영국에서 노동자계급의 상태]의 내용으로부터 산업예비군명칭으로 익숙한 노동자의 건강문제에 초점을 두고, ‘과로사’, ‘공해’, ‘산재 · 직업병등 현대의 문제와 접목시켜 기술했다. 2부는 맑스와 엥겔스가 의학에도 깊고 폭넓은 이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과 당시 의사나 의학자 등과의 만남에 대해 [맑스 · 엥겔스 전집]의 여러 논문과 편지에서 정리하여 전체적인 내용을 밝혔으며, 빌효우(Rudolf Virchow), 나이팅게일 등 의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평을 정리했다. 의사와의 교류내용 중에는,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은 맑스의 투병기를 종합하였으며, 맑스의 건강관, 질병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을 정리하고 있다. 3부에서는 맑스와 함께 엥겔스가 기술한 자연철학, 자연과학이론에 대해 엥겔스의 명저 [반듀링론], 미완성의 저작 [자연의 변증법]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해 놓고 보니 이 책의 주된 초점이 맑스 엥겔스가 여러 저서와편지에서 의학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봐야겠으나, 일보 전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예를들면 일본에서 독극물 살포로 유명했던 옴진리교 사건에 대한 평가나, 의사로서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평가,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자본주의의 역사와 여러 현상을 알기 쉽게 엥겔스의 저서를 통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분을 감당하면서 맑스 엥겔스의 방대한 저작을 읽고 이것을 현실 일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그의 글쓰기는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일본의 맑스주의에 대한 연구는 그 이론적 깊이를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그들의 특성이 있고 타국, 특히 제3세계에서 보면 일정한 한계도 있겠으나, 맑스 엥겔스의 저작집을 모두 일본어로 꼼꼼하게 번역했으며, 특히 자연과학과 연관시켜 해석해내는 작업은 이론적 깊이가 없이는 어려운 것이다. 또한 맑스 엥겔스의 저작을 읽고 이를 일반 대중에게 알기 쉽게 그것도 의사의 신분에서 연재를 할 만큼 대중화시키려는 노력도 대단하다. 과로사, 직업병, 공해문제에 대한 현대적 문제들을 맑스-엥겔스 저작으로 설명하려는 노력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과학적 세계관을 습득하고 이를 체화하는 학습과정이 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배려하는 저자의 노력은 거의 경이적인 수준이다. 한국은 아직 맑스-엥겔스 전집도 나와 있지 않아 대중화라는 작업이 한참 요원한 상황이고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