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내부피폭, 잔류방사선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파랑새호 2013. 11. 6. 16:14

 

책 제목이 길다. [히다슌타로가 말하는 지금 어떻게 해서든 내부피폭과의 투쟁, 자신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달하고 싶은 것] 나는 운좋게도 이 책을 저자로부터 직접 받았다. 2013년 3월17일 서울대의대 함춘회관에서 노동건강연대 등이 공동주최한 저자의 강연을 듣고, 저자에게 인사를 드렸다. 옆에 있던 전일본민의련 사무국장 나가세후미오(長瀨文雄)씨가 저자에게 나를 소개했고, 저자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최근 펴낸 책 두권을 준 것이다. 그때는 바빠서 읽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책을 다 읽어보았다. (이 자리에서 소개하지 않는 다른 책은 제목이 직역하면 [피폭과 피폭] 이다. 일본에서는 폭탄으로 인한 피‘爆’과 원전이나 핵실험 등에 의한 피‘曝’을 각각 다른 한문으로 쓴다. 둘다 발음은 같지만, 의미는 다르다. 책 내용은 앞의 책과 대개 비슷한 내용이다. 다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문고판으로 펴낸 책이기 때문에 설명이 비교적 쉽다.)

 

저자는 1917년 1월1일에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그러니까 올해로 만 96세다. 강연의 주제는 사실 히로시마 원폭의 영향으로 인한 문제, 나아가 핵무기나 원자력발전소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고, 이에대한 대책 활동에 대한 것인데, 강연이 끝나고 난 뒤의 질문은 전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오래살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물가물하지만 현장에서 저자가 했던 답변은 “30분 일찍일어나서 아침밥을 꼭꼭 씹어먹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원자폭탄에 피폭이 되도 오래살수 있네”라는 의구심이 스물스물 들었지만, 입밖으로 발설하지는 않았다. 저자는 사실 강연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저자는 이런 내용을 책에서도 적고 있다. 사람은 일생을 살면서 대체로 6가지 행위를 한다고 했다. 첫째, 먹기, 둘째, 잠자기, 셋째, 배설하기, 넷째, 일하기, 다섯째 놀기, 여섯째 섹스가 그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며, 사람은 모름지기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해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야한다. 먹고, 싸고, 일하고, 놀고, 자고, 가끔 섹스하면서 살면 오래살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오래살고 싶은 사람은 명심하자. 한마디로 그냥 물 흐르듯이 살라는 말 아니겠는가?

 

저자는 히로시마 원폭의 경험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 줄곧 강조하면서, 방사선이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런 영향이 의학적으로 분명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핵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나 원전에의한 방사능 유출은 심각하다. 결정적으로 저농도 방사선의 유출과 잔류방사선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내부피폭에 대해서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최근들어 조금씩 그 영향이 알려지고 있지만, 그것도 고농도 방사선 폭로에 의한 질병으로 국한되고 있고, 저자가 강조하는 잔류방사선에 의한 저농도 피폭과 그로인한 질병의 발생에 대해선 의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우리의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생활할 것인가에 대한 실제적인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원자폭탄이 터지는 상황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미 모두 죽었기 때문에 저자의 기억은 우리가 핵의 무서움을 위해서 일단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상황을 저자는 다음과같이 묘사하고 있다.

 

“ 히로시마 중심가에 거의 도달했을 무렵 …… 중략 …… 도로 중앙에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모습으로 (사람들이)서있는 모습을 보고 숨을 죽였습니다. 그것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흔들리며 나를 향해 조금씩 걷고 있었지만, 몸 전체가 새카만 맨몸이었습니다. 맨몸의 가슴에서 허리까지 수많은 누더기 조각이 늘어져 있었고, 맨몸 가슴 앞에 막대기 같은 것이 돌출되어 있었으며, 양손 끝에서 검은물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얼굴모양은 괴이하게 커져버린 머리, 팽창된 두눈, 코가 없어진 채로 얼굴의 절반정도까지 부풀어 오른 위 아래 입술, 타버린 머리에 한올의 머리카락도 없었습니다. 나는 숨을 죽이면서 뒤로 주춤거렸습니다. 누더기 조각으로 봤던 것은 인간의 생가죽이었고, 떨어지고 있던 검은 물은 사람의 피였습니다. 아직 눈을 조그맣게 뜨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나를 향해 신음소리를 내면서 양손을 내밀어 휘청거리며, 2, 3보 가까이 오다가 다리가 꼬이면서 그 자리에서 팍 꼬꾸라졌습니다. 달려가서 맥박을 짚어보려 했지만, 가죽만 남아있고 팔에는 살덩어리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팔딱팔딱 경련이 있고나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손을 모아 절을하고, 앞을 향해 서둘러 가보니 불에 타고, 초조해하고, 짓물러지고, 생가죽만 남아 피가 흐르는 사람들이 길에 가득 북적거리면서, 꿈틀거리고, 내가가는 길을 손으로 막으려했습니다. 서있는 사람, 바짝 붙어있는 사람, 앉아서 움직이는 사람, 배로 기어가는 사람 등 어떤 모습에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41쪽~42쪽)

 

위의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폭탄이 터질 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제 폭탄이 터질 당시에는 현장에 없었지만, 뒷날 ‘급성방사능증’으로 명명한 사람들에 대해 서술한다. 이런 사람들은 폭탄이 터진후 4일째부터 나타난다. 이들은 우선 고열이 특징이다.

 

“모두 40도를 넘었다. 내과에서는 우선 진료해본적이 없는 고열이었다. 내가있던 육군병원에는 말라리아 발작을 일으킨 환자가 가끔 있었고, 티푸스 환자가 40도가까이 된적은 있었다. 그래도 이런 환자는 예외적인 상황이었고, 이처럼 40도를 넘는 환자를 진료해본적은 없었던 것이다. 의사는 간호사들이 소리쳐 달려가서 여기저기 누워있는 사람들을 진료해본다. 화상인가, 경증인가 중증인가 우선 처음 환자를 볼 때 나타나는 증상이 코에서 출혈이 나고, 입에서도 출혈이 난다. 보통 나이드신 분들은 입에서 나오지만 눈꺼풀을 뒤집어보면 거기에서도 피가 나온다. 이런 증상을 처음 본 것이다. 어떤 병인지 알수가 없다. 특히 열이 높아서 직감적으로 밤, 야외에서 누워있기 때문에 감기에 걸려 편도선이 부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편도선이 부으면 열이 39도 정도는 올라간다. 40도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선 그럴것이라고 생각하고 입속을 본다. 입속을 보려면 이들이 대개 모두 옆으로 누워있기 때문에 심장이 불편할 것으로도 추정한다. 뺨을 땅바닥에 대고 웅크린 자세로 누워있는 것이다. 무릎을 꿇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입속이 보이지 않는다. 확증이 없어서 결국에는 환자와 마주보고 누워 입을 벌려 입속을 보려하면 얼굴에서 냄새가 난다.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난다. 이런 냄새는 하나밖에 없다. 썩고 있는 냄새이다. 입속에서 부패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살아있는데, 입속에서 부패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사람이 살아있는데 입속에서 부패가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

대단히 이상하기 때문에 일어서 다시 전신을 보면 주변에 누워있는 환자가 자신의 손을 들고 환자의 팔꿈치 안쪽을 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수 없었지만, 차츰 알게 된다. 누워있는 사람의 손을 보면 바깥쪽은 화상을 입은 상태이지만, 안쪽은 깨끗하다. 깨끗한 쪽으로 보랏빛 반점이 있다. 이것도 대단히 기이한 것이라서 연필끝으로 보랏빛 잉크를 묻혀 찍어놓은 듯한 반점이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교과서에는 보랏빛반점에 대해 서술된 내용이 있다. 특정 질병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는 그때까지 실제 본적은 없었으나 공부한 내용을 기억해냈다. 이런 증상은 혈액에 질병이 있을 때, 예를들면 백혈병이라든가, 혈소판감소성빈혈이라든가, 중증빈혈로 입원해서 말기가 되어 사망할 때 나타난다. 아주 특수한 반점인 것이다. 그것이 나타나고 있었다. 열은 40도가 넘었다. 입속은 썩고 있다. 출혈이 있고, 본적도 없는 질병인 것이다. 더불어 누워있는 사람들이 손을 머리에 대면 손바닥에 닿았던 부분의 머리가 전부 뽑아져 나온다. 일상적인 탈모와는 다른 현상이다. 단지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손바닥이 지난간 곳은 머리가 전부 뽑혀나온다. 알수가 없었다.

입속이 썩어가고, 머리털이 빠지는 것은 언젠인가 미국에서 배운 것을 통해 알수 있었다. 강렬한 방사선에 노출되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는 것은 모근세포이다. 모근세포는 인체의 세포중에서 가장 활발하고 생명력이 강해서 세포분열 작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반응도 빠르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더 심하다. 모근세포라는 것은 피부 밑의 두개골 표면에 있는 골막에 붙어있다. 따라서 잡아당겨도 잘 빠지지 않는다. 억지로 뽑아내면 뿌리부분에 약간의 살점이 붙어있다. 이것을 모근세포라고 한다. 이런 것이 접촉만으로 전부 뽑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원인을 알수 없었지만, 뒤늦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중략 …… 보통 혈액이 흘러나와도 혈관이라는 것은 관인만큼 틈이 있다. 팔을 치면 멍이든다. 이것은 피하 내에서 출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렇게 배어나오는 것이 스스로 멈추질 않고 점점 밖으로 나오면서 흑색으로 변한다. 팔 등은 새카맣게 되고, 점막은 점점 피가 흐르게 된다. 위의 점막이나, 장의점막에서도, 피가흐른다. 나중에는 엉덩이에서 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혈액의 지혈능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방사선이 그러한 영향을 주게된다. 이런 세부적인 사항은 전부 나중에야 알게된 것이지만, 당시에는 괴이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몰랐으니까.“(49~52쪽)

 

그러나 히로시마 원폭에서 정작 히다슌타로가 주목하는 문제는 ‘내부피폭’문제에 있다. 저자는 당시 원자폭탄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명확하게 폭격이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에서 피폭된 것이라는 의문이 생기고, 결국 잔류방사선에 의한 내부피폭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히로시마에 폭격이 있은 후 일주일정도 뒤에 들어간 사람들인데, 처음에 저자는 이것을 ‘입시피폭’(入市被爆)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히로시마 시에 들어가서 폭로되었다는 뜻이다. 저자는 ‘내부피폭’으로 인해 발생한 병을 ‘부라부라병’으로 명명했다. 일본어로 ‘부라부라’는 어슬렁어슬렁거린다는 뜻이다. 피곤함이나 노곤함 등으로 움직임이 둔한 상태를 가리킨다. 잔류방사선에 의한 내부피폭의 핵심적인 증상이다. 이들은 극도의 권태감을 호소하고, 만사 귀찮은 느낌을 갖고 있으나, 정작 혈액검사나 여러 검사를 아무리 해봐도 이상수치가 발견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방사선에 대해 무지한 의사들은 이들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진단내리고, 그러면 가족이나 직장 동료들은 이들이 일을 하기 싫어서 병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고 오인하고, 결국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서 급기야 자살하는 사람도 많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60년대나 70년대에는 저농도 방사선에 피폭이 되거나, 잔류방사선에 피폭이 될 경우 이러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받는 오해는 컸던 것이다. 지금도 내부피폭에 의한 질병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처음에 이것이 방사선에 의한 것인지 전혀 파악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30년이 경과한 즈음 미국에 있는 유엔본부에 일본의 원폭피해를 호소하기 위해갔다가 ‘스타인글라스’라는 박사를 만나면서 방사선피해로 확신을 갖게된다.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1975년 앞에서 얘기한 유엔에 처음갔을때에 어네스트 스타인글라스 박사는 유엔바로앞에 교회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근 장소에서 [중국의 핵실험의 영향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정부쪽 학자와 대담(강연)을 했습니다. 나는 알지못했지만 당시 미국은 중국의 핵에 대해 대단히 많은 관심을갖고있었고, 그런 점이 배경이 되어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누군가가 이런 행사가 있다고 말을 해주어 꼭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잠시 시간을 내서 갔던 것입니다. 방명록에 일본 히로시마 원폭을 경험한 의사 히다슌타로라고 썻습니다. 잠시후에 행사주최측에서 나에게 와서 확인을 하고갔습니다. 뭐라고 얘기했는데 잘 몰랐습니다.

강연도 나는 통역자가 없어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군데군데 이해하기는 했어도 무엇을 주제로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 잘 이해못했습니다.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돌아오려는 데, 대회관계자가 나를 불러서 오늘의 강연자 스타인글라스박사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피폭경험이 있는 의사라 흥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통역자가 대동하였습니다. 저는 찬스라고 생각하고 “히로시마에서 피폭당한 경험으로부터 한가지 의문이 있다. 원폭에 직접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모두 죽긴했으나 이것이 급성증상이구나 하고 이해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히로시마에 없던 사람들이 가족을 찾기위해 뒤늦게 들어갔고, 이런 사람들에게 75년까지 30년간 나의 진료경험을 의학적으로 이해 할수 없는 증상으로 사회활동도 할 수 없고, 사회에서 도태되어 버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가르쳐주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스타인글라스 박사는 “당신이 이야기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미국에도 많다. 전부핵실험에 동원된 사람들이고 직접 피폭을 당한 사람도 있으나 뒤늦게 들어가서 재에 접촉한 사람들에게서 당신이 이야기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똑같은 증상이다. 정부가 이 피해에 대해서는 연구를 금지하고 군대도 격리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공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간접적으로 잔류방사능에 접촉하여 발병하는 사실은 미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한 종류의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나는 입시피폭으로 이야기했으나 스타인글라스는 내부피폭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역자에게 물어봤는데 이너 무엇인가로 즉 체내에서 무엇인가가 발생하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역시 방사선에 의한 피해였구나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90~92쪽)

 

말하자면 내부피폭이라는 말은 저자보다는 미국의 스타인글라스가 먼저 사용했다는 점을 알수 있고, 스타인 글라스는 저자가 확신을 갖게 한 사람인 셈이다. 스타인글라스는 스리마일섬의 원전사고 당시에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즉각 주지사에게 가서 임산부와 아이들을 먼저 피난시켜야 한다고 충고를 했던 사람이다. 당시 주지사는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이해를 못했으나 스타인글라스가 매일 계속해서 부탁하자 임산부만 피신시켰다. 스타인글라스의 대표적인 저서가 [Low Level Radiation](저선량피폭)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스타인 글라스는 핵실험이 있었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의 사망률이 역사적으로 봤을 때 유아사망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핵실험이 있던 해에만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소개하고 있다. 원인은 모두 핵실험 때문이다는 내용이다. 스타인글라스는 원자로를 제작했던 웨스팅하우스라는 회사에서 간부로 지내면서 원자폭탄을 만들었다. 원자폭탄을 만들때부터 관여해서 자신이 만든 폭탄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알고 많이 놀랐던 사람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에 대해 여기저기 발표하려 했으나 모두 무시당했다. 스타인글라스가 민주적인 관점에서 실제 운동을 한 학자는 아니었으나 히다슌타로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내부피폭의 문제에 주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부피폭에 대한 의학적 해명은 아직 길이 멀다. 이점에 대해 히다슌타로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소위 부라부라병에 대해서 극도의 권태감은 어떤 메카니즘으로 즉 방사능의 영향으로 그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 잘 모른다. 단지 러시아의 피폭지에서는 없었으나, 고메리 의과대학의 학장 유리 반다쉐프스키가 체르노빌 환자가 입원하여 점점 죽어가는 상황이었지만, 상당한 사람의 생전기록과 사망에 도달한 이후 부검소견을 [Medical and Biological effects of radiocesiumcorporated into the human organism]이라는 책에 서술하였다. 특히 일본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세슘139, 이에대해선 지금껏 나도 두렵다는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근육으로 많이 확산한다는 것, 급성심근경색을 야기한다고 적고 있다. 미국의 통계학자 J. M. 굴드는 유방암에 주목하고, 원자로 주변의 인구중에서 백인 여성의 유방암 사망률이 높고, 정부가 50년간 일률적으로 유방암이 2배가 되었다는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지역차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유방암이 발생한 곳과 발생하지 않은 곳이 있을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했다. 유방암의 통계를 갖고 있는 것은 행정단위로 말한다면 주밑의 군이었다. 미국에서는 군의 수가 3,059개 있다. 하나의 주에 군이 대개 60개 정도 된다. 이 연구에 의하면 지난 50년간 암의 숫자를 전부 컴퓨터에 입력하여 50년간 발생이 증가했던 군과, 하락했던 군, 답보상태를 보였던 군의 3개소로 기록하여 통계를 산출했다. 그 결과, 1319개군에서 유방암 사망률이 증가했고, 1,740개 군은 사망률이 하락하거나 답보상태였다. 말하자면 13대 17로 나온 것이다. 대단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굴드는 자신이 입력한 각 군 하나하나에 대해 전부 유방암의 원인이 될만한 요소를 입력했다. 수많은 요인중에서 모든 군이 전부 하나의 공통된 요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원자로부터의 거리였다. 원자로에서 100마일(약 161킬로)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단 한곳도 높아진 경우는 없었다. 대개가 답보상태였다. 높은 사망률은 전부 100마일 이내의 지역에서 발생했다. 따라서 원인은 이것이다는 점을 확실하게 해서 논문을 발표했던 것을 번역했다. 두렵다고 생각했다. 그사람은 통계의 전문가였기 때문에 아주 엄밀하게 진행하여 증명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근육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사실 권태감이라는 것은 근육의 문제이다. 근육층의 증상이기 때문에 일관된 증상을 나타내는 것은 역시 세슘일 것으로 생각한다.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사고에서도 세슘이 많이 방출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아주 상세한 병리학적인 다양한 변화를 지금부터 누군가가 열심히 기록한다면 정확한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최근 러시아의 논문을 읽고 세슘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근육에는 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근육과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근육이 있다. 위장근육이나 심장근육은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근육자신의 운동신경으로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것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곤하다라는 것은 모두 운동신경이다. 예를들면 손이나 발은 운동하면 피로하고 노곤하게 된다. 운동성의 근육인 것이다.

유방암은 근육중에 있는 유선이라는 젖을 분비하는 선에서 발생한다. 유선은 관이다. 그것이 변질하여 암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육에서 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신경의 중추이고, 주로 교감신경을 조절하고 있는 간뇌(間腦)가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 장해가 발생하든가 혹은 근육중에 이동하는 혈액, 혈액은 영양과 산소를 운반해서, 이것을 운반할 때 피로물질을 갖고 돌아와서 피로물질이 남게 되어 발생하는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68~70쪽)

 

저자에 의하면 현재로서는 내부피폭이 ‘세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것도 최근의 동일본대지진에 의한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작용기전은 몰라도 어쨌든 방사선에 의한 피해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리하여 저자의 관심은 당연한 것이지만 는 원전에 의한 방사능 유출로 이어진다. 내부피폭에 주목해서 한평생을 살아온 저자는 모든 핵무기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원자력발전소도 인간을 위해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저자의 폐기주장은 너무나 강력하다. 잔류방사선에 의한 다시말해 저선량피폭이 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주장은 캐나다의 의사 ‘페트카우’가 발견한 ‘페트카우 효과’가 근거가 되고 있다. 이것까지 여기에 적기에는 분량이 너무많다. 아무튼 저자가 주장하는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다음의 주장을 참고하자.

 

현재 가동하고 있지 않은 일본의 원전을 모두 가동한다면 엄청난 일이라고 이미 얘기했다. 그러나 지금껏 전부가동하고 있었던 때에 어땠느냐고 말한다면 전기는 발생하지만 방사선은 새고 있지 않다, 괜찮다는 잘못된 환상을 모두가 갖고 있었다. 사실은 세계속의 어느 원전이라도 새지않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과거 (안전하게)가동하고 있었을 때 조차 방사선은 새고 있었다.

어디에서 새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원전 중에는 10개든 20개든 건물이 있고, 그것이 전부 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 가운데 건물에서 전기를 발생시키기 위해 핵분열을 일으킨 결과, 방사선이라는 무서운 물질이 나온다. 따라서 그곳으로부터 새지 않도록 엄중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건물을 연결하고 있는 관의 재료라는 것은 세계의 어느 금속을 사용한다고 해도 고농도의 방사선과 수천도의 뜨거운 물이 혼합되어 흐르는 것에 내구력이 가능한 것은 없다. 이로인해 기존의 금속제품 중에서 가장 내구력이 강한 스텐레스를 써서 괜찮다고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아무도 모른다. 견딜수 있는 기간이 1년이 채 못된다. 8개월 정도에서 교체하지 않는다면 방사선이 새버린다. 관속이 방사선으로 부식되고, 조금씩 틈이생겨 여기저기서 방사선이 누출된다. 누출되는 순간에 즉각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다면 누출을 방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지속하기에는 비용부담이 엄청나고, 전기생산료도 급등하게 된다.

따라서 수력발전이나 화력발전으로 가능한 전기단가와 같게 되고, 이런 이유로 자본투하를 중단하게 되면 원전의 전기는 판매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세계속의 원전이 모여있는 미국을 중심으로 노력해서 새지않도록 했지만, 그런 노력이 지금까지는 가능했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면 새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자는 운동을 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자본주의국가이기 때문에 그러한 미국의 의도가 전부가 되버렸고, 결국에는 안전허용량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새는 것을 인정했다. ‘안전허용량’이라는 기준은 대체로 3년마다 미국이 결정하고 있고, 결정하게 되면 세계의 모든 원전이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당초 1972년 ABCC조사를 기준으로새서 BEIR(미국국립아카데미 국립자문위원회)가 작성한 방사선 안전기준이다. 처음에는 양심적 기준이라고 했지만, 전력회사의 압력으로 안전기준이 개정되어 대폭 완화되었다. 전력회사가 원자력발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서 이익을 산출하려는 의도로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그 기준이 공표될때에 “안전하다는 것은 무엇을 위해 안전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죄송하지만 사람의 생명은 아닙니다”라면서 “경영차원에서 전기를 생산하여 가기 위한 최저한의 경영안전입니다”라는 설명을 했던 것이다. ‘안전허용량’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생명의 안전’이라고 생각했었고, “괜찮아, 괜찮아”라고 말을 했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원전에서 방사선이 나오고 있었다. 일본전국 어디에서도 방사선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원전이 있는) 지역사람들에게는 방사선이 모두 누출되어왔던 것이다. 야채나 물도 오염되었다. 그러한 것을 정확하게 알려준다면 원전반대라는 것은 즉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안전신화’에 중독되어 있다. 나는 모든 분들이 특히 ‘피폭자’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자각해야만 한다.(165쪽~167쪽)

 

끝으로 일본의 반핵운동 흐름을 알기위해 저자가 서술한 내용을 잠깐 적는다. 일본에는 반핵단체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처음부터 있었던 원수협(겐쓰이쿄, 原水協, 원수폭금지일본협의회)이고 다른 하나는 원수금(겐스이킨, 原水禁,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이다. 쉽게 말해서 원수협은 공산당계열이고 원수금은 사회당계열이다. 히다슌타로는 원수협과 원수금이 분열하게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직접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으나 원수협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이다. 본인 자신이 공산당에 속해있으면서도 원수협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분열과정에서 비롯한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두가지 이유가 있다. 사회당계열의 의사들은 원폭뿐만 아니라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주목하고 이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산당 계열의 의사들은 이에 대해 전혀 관심조차 없었다. 원수협은 아직도 내부피폭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원전노동자들의 증상이 내부피폭 증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당 계열쪽의 의사들과 협조하려던 저자에게 계속해서 협조하지 말라고, 조직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말렸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당에서 부분 핵실험을 포함한 모든 핵실험 반대를 주장하자 일본공산당 쪽에서는 “사회주의 국가의 핵무기는 침략방지용”이라고 주장하면서, “지하핵실험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이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어 사회당쪽에서 원수금을 창립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