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원들과 히포크라테스에 대한 책을 읽고 세미나를 했다. 내가 알고 있는 히포크라테스는 단순히 의술의 아버지로서 환자에게 성실한 의사수준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인식은 불완전하고 심지어는 히포크라테스의 의미를 약간 퇴색시키는 것이다. 직원들과 나는 히포크라테스의 의미를 10가지로 정리해보았다.
1. 당시 유행했던 모든 주술치료를 배제하고 과학을 이용한다. ; 물론 히포크라테스시대의 과학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조야한 것이지만, 어차피 과학은 불완전한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이 완전한 과학이라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는가? 과학은 '그 시대에 인간이 연구와 탐구, 실험을 통해 밝혀낸 성과"이다. 자신이 사는 시대의 과학을 최대한 수렴하고,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2. 끈질기게 질병의 원인을 찾는다. ; 위의 1번과 연결된 것으로서 인간의 질병은 특정한 원인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현대의 의료는 '대증요법'으로서 원인을 찾기 보다는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것을 개선하는 것에 주된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들면 오늘날의 의사들은 팔이 부러지거나 소화가 안될 경우 그 원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석고를 대거나 소화제를 주거나 주사를 놓으면 해결된다. 반면 히포크라테스에게 질병과의 투쟁은 원인분석으로 부터 시작한다.
3. 질병과의 투쟁에 의술의 목적을 둔다. ; 의술의 목적은 질병과 투쟁하여 이기는 것이 목적이다. 이 외에 그 어떤 것도 의술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명예, 돈, 권력은 질병과의 투쟁과정에서 전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4. 환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 그가 귀족이건, 노예이건, 도망자이건, 외국인이건, 여자이건, 남자이건 히포크라테스에게 환자는 동일한 존재이다. 질병과 투쟁하여 질병을 극복할 주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5. 재정조달은 치료를 통해서 달성한다. ; 환자가 돈이 없으면 돈을 받지 않고, 돈이 많으면 돈을 많이 받는다. 환자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진료비를 정한다. 진료이외의 부대수익을 생각하지도 않고, 실행하지도 않았다.
6. 의술의 한계를 인정한다. ; 당시의 과학수준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질병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지만, 어쩔수 없는 질병일 경우 의술의 한계를 인정한다.
7. 의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는 낙관주의 자세를 갖는다. ; 지금 의술이 갖고 있는 한계가 있다하더라도 시대가 계속됨에 따라, 이러저러한 탐구가 진행됨에 따라 의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자세를 갖는다.
8. 환자의 권리를 존중한다. ; 자신의 질병에 대한 충분한 알권리, 문화적, 관습적 차이에 따른 세심한 배려, 여성 진료에 대한 특별한 예우 등등 환자는 우선 존중받아야 한다.
9. 학문적 성과에 대한 교육과 인재육성 ; 올바른 자세를 갖춘 인재를 양성하지 않는 다면 의술의 의미는 곧 사라질 것이다.
10. 지배계급이나 체제에 대해 굴복하지 않는다. ; 환자를 치료하고, 의술을 정립하는 과정에는 "논쟁을 하기 좋아하는 세력"이나 "헐뜯는 세력"이 반드시 나타난다. 이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반대되기 때문에 어찌되었든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을 비난하고, 흠집을 내야하는 세력이다. 이들은 당시 사회를 이끌어가던 세력으로서 히포크라테스로 인하여 과학이 번성하고 모든 주술이 외면당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질병은 "신에게 버림받은 문제 있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들이 진정으로 두려워 하는 것은 그와같은 지배이데올로기나 지배체제가 대중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