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는 미국과의 FTA협상을 위해 스크린쿼터를 현재의 40%에서 20%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분히 헐리우드 자본을 의식한 것이지만, 영화인들은 이에 대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위기 이다. (사실 한국정부도 '폐지'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어제 일인시위를 한 장동건이라는 영화배우 입에서 스크린 쿼터를 왜 유지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 좋은 영화를 만들면 당연히 경쟁이 된다고들 한다. 부분적으로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이다. (스크린쿼터가 없어진다면) 좋은 영화가 관객에게 외면받기 이전에
극장에서부터 외면받고 결국 관객으로부터 소외된다. 해외에도 스크린쿼터를 유지하며
자국 영화를 발전시키다가 폐지한 뒤 흔적만 남은 경우가 많다. 영화만 잘 만들면 되다고
말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문화적 측면에서도 크다. 지난해
한국 영화 수출로 거둔 외화 수익이 1000억 원 가량이라고 알고 있다. 다른 산업으로 치더라도
이정도의 마진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그 효용이 충분이 높은 셈이다. 문화적
으로야 그 가치를 따질 수 없을 정도다. 해외에서 기업들이 광고를 하고 하는 것이 결국 이미
지를 위한 것이 아닌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생긴 호감이 제품 구매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효용이 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장동건의 이야기를 빌리면 문화적 다양성과 경제적 수익을 위해서 스크린쿼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없다. 우선 문화적 다양성측면에서 살펴보자.
최근의 한국 영화들, 장동건이 출연한 태풍을 비롯하여 야수, 홀리데이, 투사부일체 등등은 소재가 한국을 혹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한국배우가 출연했다는 점에서 '한국'적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들이 헐리우드 영화와 다른 점이 소재나 배우말고 무엇이 있는지 궁굼하다. 한국사람이 나오고 한국의 이야기를 소재로 사용하면 문화적 가치가 보전되는가? 진정으로 한국영화의 문화적 가치를 주장하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또한 문화적 가치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와같은 노력이 사상된 스크린쿼터 주장은 비문화적인 주장이며, 몰가치한 주장이다.
경제적 수익의 관점에서 보자. 경제적 수익의 관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익의 수혜자문제이다. 과연 영화를 통해서 번 돈을 누가 처분하고,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가 설득력있게 제시되어야 한다. 한국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기위해 돈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인가? 영화시작할때 큼직막하게 나오는 대기업자본이 그들이다. 헐리우드 자본과 한국의 대기업자본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들은 영화로 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이 중요하지 문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영화를 제작하는 그 수많은 노동자들의 저임금에 대해선, 일부 스타배우들에게 지급되는 수억원의 돈을 먼산 바라보듯 바라보고 있는 영화산업의 노동자들에 대해선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한국의 양극화가 영화산업에는 적용이 안되는가? 영화산업이야말로 양극화의 첨병이다.
그러므로 영화배우들이나 문화전문가들이 스크린쿼터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국적 문화가치, 영화산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우선 눈을 돌려야 한다. 싸움의 기본은 우리편을 많이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한국영화가 중요하다고 백날 이야기해봐야 감흥이 없다. 한국영화로 벌어들인 돈이 그들만의 잔치에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형제, 누이들에게 나누어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최소한 그와같은 구조를 위해 영화배우들이 먼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헐리우드 영화가 판을치면 '열악한 일자리 마저도 사라질수 있다'는 논리로 주장할수는 없다. 소중한 문화가치를
공유하고, 우리의 살림을 살찌우는 관점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스크린쿼터는 외국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이다.
우리는 그동안 스크린쿼터를 추동력있게 밀고갈 유일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노동자들에게 너무나 무관심했다.